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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의 전지적마음시점
삶의 끝자락에 있는 당신께
어떤 상담심리사의 마음
by
화햇
Jul 12. 2019
심리상담을 하다보면 불시에
삶의 끝자락에서 걸려온 전화
를 받게 될 때가 있다
심리상담에서 아스라이 위태롭게 삶을 사는 사람을 만날 때는,
세상의 끝에 있다고 여겨질 때 상담자를 꼭 떠올리기로 약속을
한다
그래서 실제로 죽고 싶은 충동이 심하게 올라올 때는 전화를 하도록 하기도 한다
핸드폰 화면에 연락처가 뜨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동시에,
말로 표현할 수도 없게 고맙다
살아있는 채로 연락해줘서,
힘듦을 혼자 지고 가지 않고 나눠줘서.
무엇이 이토록 죽고 싶게 했는지...
화도 나고 속도 상하고 힘도 든다
세상은 왜 이토록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야만 하는 걸까
마음이 알싸하다-
약속을 잊지 않고 마지막 순간이라고 느껴질 때 전화를 걸어주면
그 손을 꼭 잡고 온 힘을 다해 잡아당긴다
뭐라도 해볼 여지를 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 거다
마지못해 끌려와 주면 그나마 안전한 땅에 철퍼덕 앉아
같이 한숨을 크게 몰아 쉰다
그러고 나면
한껏 조였던 마음이 조금씩 풀린다
그냥 이렇게 또 하루를 버텨낸다
사람이 녹록지 않은 삶을 갈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혼자서 힘듦을 죄다 안고 견디다 보면
생각도, 감정도 극단적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짐
은 같이 들면 그만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서로의 짐을 이고 지며 살아가는 게 삶이니까-
비단 상담자가 아니더라도
소중한 사람에게 '힘듦을 함께 할 여지'를 주는 건
정말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인 것 같다
지금 혹은 나중에라도
삶이
당신을 너무나 가혹하게 대한다면
손을 내밀어주면 좋겠다
그게 어렵다면 내미는 시늉만 해
줘도 좋다
덥썩 잡고
힘을 아끼지 않고 나눠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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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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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미국에 사는 상담심리사, 그리고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생. 사사로운 마음들을 공공연하게 늘어놓아 봅니다. 잘 살아지는 것, 안 살아지는 것 모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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