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돌아온 포스팅이다.
달콤하게 게을렀던 겨울방학은 끝이 나고, 내일부터는 또 다른 학기가 시작된다. 그 말인즉슨 다시 내달려야 한다는 것. 사실 그간의 겨울 방학들은 집중적으로 데이터 컬렉션을 하거나, 학회 초록을 제출해야 하거나, 논문을 끝내는 등의 기간으로 사용해서 온전한 휴식의 시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방학은 주변 환경과 운 때가 맞아떨어져서 드물게 온전한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가장 필요한 때에 쉴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새 학기 또 다른 고난의 관문들을 열어볼 힘이 생긴 것 같다.
사람이 참 기묘한 게, 처음에는 온 힘을 적응에만 쏟으며 살다가 이내 조금씩 많은 것들에 익숙해지면 곧 매너리즘이 찾아오곤 한다. 직장인들도 3-6-9년 차에 모종의 신드롬을 겪는다던데, 나도 예외 없이 박사과정 3년 차에 그 비스름한 것을 느끼던 차였다. 낯설 때는 적응하느라 힘들고, 적응되면 익숙하고 지겨워서 힘들어하고. 사람은 참 웃긴 존재다.
그래도 굳이 비교를 하자면 초반 적응기에 받는 스트레스보다는 적응되고 매너리즘에서 오는 것이 훨씬 났다는 결론이다. 약간의 효능감과 통제 가능한 부분이 많아지고 요령도 생겨난 느낌이 나쁘지 않다. 다만, 지금 주어진 기회나 경험에 대한 감사함과 이 시간의 유한함을 자주 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 나이에 방학이 있는 삶이 어디에 있겠느냔 말이다. 먼 미래엔 또 이 나날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방학에 생각할 시간들을 가지면서 당연하게 여기는 마음들을 자각하게 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모든 어른들에게도 방학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한다.
(다만 노파심에 불필요하게 덧붙이자면, 대학원생의 '방학'이라는 아주 작은 단면만 조명한 것임을 굳이 강조해 본 것일 뿐, 그 반대의 단면들은 기존에 축적된 여러 포스팅들을 참조하여 주시길 바란다.)
늘 그렇듯 삶은 한 수 더 위라서, 느슨해진 마음에 긴장과 불안을 불어넣는다. 올해도 많은 퀘스트들이 분기별로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보는 퀄 시험, 랩 빅펀딩 연구 프로젝트 런칭, 박사 학위 논문 프로포절, 인턴십 지원 등등 분기별로 아주 쉴 틈 없이 몰아칠 전망이다. 왠지 그 어느 것 하나도 만만치 않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이럴 때면 새해에 꼭 한 번씩 신년운세를 찾아본다. 듣고 싶던 말만 쏙쏙 걸러 들으며 만족해하면서 말이다. 뭐 이렇게라도 위로를 얻으라고 운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당장 내일부터 8시 출근에 풀타임 근무로 새 학기의 시작을 열 전망이다. 동트기 전 출근하는 이 삶에 다시 돌아가야 하다니 몸서리쳐지기도 한다. 나름 어려움도 고비도 많겠지만 그간 해온 것들이 이제 어느 정도 쌓여서 다가올 어려움들을 헤쳐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어주리라 믿고 나아가 본다. 이 나이에도 방학이 주어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수치심에 둔감해진 뻔뻔함으로 나아가는 3년 차의 후반전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