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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Aug 26. 2020

집콕 24시, 가장 그리운 게 뭐야

코로나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재택을 갑작스럽게 하게 되어 신나라- 했는데 막상 해보니 지겹다. 코로나가 하도 기승이라 주말에 집콕을 하던 참이다. 그나마 밖에 나가는 게 회사 출퇴근이었는데 그 마저도 재택으로 갑자기 변경되면서 외출이 없어지니 생각보다 많이 따분하다. 먹고 자고 일하는 장소가 모두 한 곳이다 보니 할 일은 많아도 어딘가 무료하고 지겨운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전염병으로부터는 확실히 안전한 느낌이다. 다만 이 단조로운 생활양식과 좁디좁은 생활 반경 속에서 미치지 않고(?) 어떻게 잘 살 수 있을지에 대 고민스러웠다.


 




   가장 먼저는, 먹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었다. 시켜먹어도 되고 사 와서 먹는 옵션도 있지만 해 먹기를 택했다. 지지고 볶는 과정 동안 몰입할 수 있고 소소하게 몸을 쓰고 집중하는 게 권태로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폭우, 폭염, 전염병을 한 번에 경험하면서 이 지구가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도 생겨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었다. 한 번 배달할 때마다 쓰레기가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 더 이상 수도권에 쓰레기 매립할 곳도 없다는 뉴스를 어제 본 것 같다.


후딱 점심에 해 먹기 좋은 비빔냉면


   최근 유행하는 힐링 예능이 그러하듯 칩거를 하노라면, 음식을 해 먹는 게 중요한 루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삼시 세끼가 괜히 삼시 세 끼가 아닌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하루의 가장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냥 생각 없이 사 먹을 땐 아무 일도 아닌 게 말이다.


   사진은 어제 점심 가볍게 끓여먹은 비빔냉면. 간편 요리 하나에도 더운 여름 부엌에서 요리를 하노라면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간단하지만 뿌듯한 한 그릇이 완성된다. 달걀 고명도 올리고, 열무도 추가해서 한 그릇 음식을 만들어 본다. 정갈한 모양에 덩달아 기분이 좋다.






   빠질 수 없는 주전부리. 이 참에 베이킹도 시작해볼까 싶었지만 평일에 베이킹은 불가능하므로 간식이나 아침 먹을 빵은 사 오는 걸로 아쉽지만 타협하였다. 정신을 차려보자면 재택근무를 하는 소시민일 뿐, '여름방학'의 정유미나 '리틀 포레스트'의 김태리는 아니므로...... 진정한 백수가 되었을 때 그토록 좋아하는 빵과 마카롱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 인생의 여름방학은 언제 오려나.





    8시 좀 넘어 일어나 씻고, 위에 사 온 빵과 케이크로 아침을 먹고 있으니 9시 출근 때가 다 되어 화들짝 놀라 깎은 사과를 그대로 손에 쥐고 책상 앞에 앉았다. 곱게 티슈를 펼친 뒤 잠시 접시로 쓰기로 하였다. 재택근무를 하면 가끔 이런 불상사가 발생한다. 밥 먹다가 시간 되는 줄 모른다. 그래도 세이프했다.



    한참 일하다 보니 다시 점심. 직장에서는 나가 사 먹었는데 세 끼 다 해결하려니 조금 성가시다. 하지만 아직은 요리하는 게 재밌으니 계속해보기로 한다. 점심은 간편식으로 후딱 해치우고, 저녁은 6시 퇴근 이후 시간에 통근시간을 벌어 여유롭 거하게 해 먹는 편이다. 어찌 됐든 당분간 썰고 지지고 볶고 끓이는 데에 최대한 부지런을 떨어볼 생각이다. 오늘 점심 간편 메뉴는 김치참치덮밥이다.


백종원 슨생님께서 파와 마늘은 기름이 달궈지기 전부터 볶으라 하셨음에 충실-
1인분이라 아담하다. 금방 하고 금방 치울 수 있다.
점심은 간편식 한 그릇 음식.

 


   마늘과 파를 볶은 기름에 야채를 추가하고, 김치와 고추참치를 넣고 볶아 밥에 올리면 끝-. 달짝지근하게 매워서 맛있다. 설거지도 얼마 안 나와서 1시간 컷 가능하다. 저녁에는, 그리고 내일은 또 뭘 해 먹어야 할까. 조금씩 두려워지려고 한다. 장을 한 번 거하게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배달에 굴복하지 않겠다. (곧 굴복할 것 같다)



후식까지 야무지게 먹어야지(정준하)


        후식도 야무지게 챙겨주면 된다. 하겐다즈 컵을 사고, 대각선 방향으로 파내 준다. 파낸 것은 맛있게 먹고, 움푹 파인 곳에 카누에 물을 아주 적게 타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부어주면 완성. 아이스크림이 맛있어서 그런지 요게 아주 요물이다. 집콕 기간 동안 애용하게 될 것 같다. 강력추천이다.



    6시 퇴근하면 바로 주방으로 간다. 서툴지만 하나씩 만들어가다보면 한상차림이 그래도 완성되고 시간도 훌쩍 간다. 그렇지만 통근시간을 세이브하기 때문에 실컷 해먹고 치워도 저녁이 여유롭다. 확실히 그런 장점은 분명 있다.








    이렇게 덮어두고 먹으면 바로 코로나 확찐자가 되는 것이다. 집콕을 하고 있노라면 애석하게도 걸음 수가 2~300 걸음 내외를 기록한다. 통근할 때는 평균 6~7,000 걸음을 걷게 되니 운동량에 꽤 차이가 날 것 같다. 사실 코로나가 다시 심각해지기 직전에 실내 클라이밍을 등록하려던 참이었다. 이번 주 등록을 하러 가야지 생각했는데 등록하자마자 못 가게 될 모양새라 포기했다. 아쉽다.


클라이밍 원데이 클래스


        지역주민들이 애용하는 산책 스팟인 공원도 폐쇄되어 운동길도 막막하다. 그렇다고 매일 2~300걸음만 걸으면 몸이 너무 쇠할 것 같아 홈트를 하고 있다. 혼자서 홈트를 하니 자세가 잘못되어 그런지 목이랑 허리가 아프기도 했다. 이 시행착오를 어찌 이겨나가야 할지 조금은 난감하다. 이 시간을 잘 지나고 상황이 많이 진정이 되어 다시 실내암장으로 향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요즘 무릎을 치며 공감하게 되는 노래가 있다. 애정 하는 가수 폴킴의 노래다.

폴킴의 '집돌이' 커버가 너무 귀엽다 : )


  가장 그리운 게 뭐야 babe
 지겹도록 흔한 일 말이야
 너무 평범해서 이리도 그리울 줄
 몰랐던 내 일상 말이야



   너무 당연하고 평범했던 일상들이 그립다. 운동하고 싶을 등록해서 가고, 약속을 잡고, 야외를 나다니던 이토록 그리워질 누가 알았을까. 하지만 새로운 일상도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일상이 될 것 같다. 새로운 일상에 친해지고 그 안에서 안전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전의 삶과 단절되기 전에, 조금은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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