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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함으로 세상 살기
어떤 대화, 어떤 다짐
대화 혹은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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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햇
Jul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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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나 하나 지키기 힘든 세상에서
나라도 나와 사이가 좋아야지 않겠니-.
오늘만큼은 다그치기보다는 보듬어주고 싶구나.
할 말은 많지만 직장인은 무릇 할 말을 않는 법이다.
행복해도 되는 주말이니 설명하기도 귀찮은 말들은
주중으로 미뤄두도록 하자.
아주 가끔은 나를 지키기 위해
많은 걸 걸고 물러서지 않아야 할 때도 있지.
아직도 나는 그게 쉽지는 않아.
손도 떨리고,
심장도 벌렁거리고,
머리도 뜨거워져.
엄마 아빠는 말하셨지.
어려서부터 되바라진 걸 기를 안 꺾어놨더니
어디 가서 당하고 살지는 않는구나.
아니-.
사실 나는 마음이 진짜 잘 다치는 사람이야.
유리보다 잘 깨지고 쿠크다스보다 잘 바스러지는 사람이라고.
깨지고 바스러짐을 무릅쓰고 부딪히는 것일 뿐이라고.
왜냐면 지켜야 하는 것이 있으니까.
그건 아마도 내 마음, 경계, 막 대해 지지 않음
보통은 이런 것들이야
사실 나는 정말 온순하고 순응적인
평화의 상징 비둘기야
눈 앞에 먹을 것만 있으면 금방 행복해지는,
좋은 게 제일 좋은 소시민적 서울 비둘기라고.
그냥 아무도 안건들이면
문제 안 만들고,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잘 사는데
그게 늘 아쉬워.
가끔 속에서 뭐가 끓어 올라오면,
너무 많은 침범을 당하면
개처럼 싸울 뿐-.
그래도 기왕 싸울 거면
내가 제일 미친년인 게,
제일 도라희인게 유리하더라고.
사람들이랑 섞여 살아가는 게
다 그렇지 뭐.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말은 별로 와닿지 않아.
열 받는 일이 매일 있을 뿐.
수고했어-,
혼자 있을 때
너무 많은 걱정을 덮고 있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듬어줄게.
열심히 싸우고 온 네가 외롭지 않게.
너는 그렇게 항상 힘 있게
스스로를 지켜줘.
세상은 그런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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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미국에 사는 상담심리사, 그리고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생. 사사로운 마음들을 공공연하게 늘어놓아 봅니다. 잘 살아지는 것, 안 살아지는 것 모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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