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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Sep 10. 2022

삶은? 누룽지!

계란 말고


   냄비 밥을 안쳐두고 전화를 받다가 밥이 타버렸다. 전화를 끊는 순간 불현듯 생각이 나서 아악! 하면서 달려가 봤더니 이미 냄비 바닥에 쌀이 누덕누덕 눌어붙어버린 것이다. 다행히 아주 시커멓게 탄 것은 아니었지만, 쌀이 아래서부터 냄비 바닥과 한 몸이 되어 있었다. 달갑지도 않은 전화를 받느라 밥이 다 타버리니 기분이 상했다. 젠장할, 내 고슬고슬한 저녁밥.......



   그러다 갑자기 냅다 기민한 행동력으로, 위에 멀쩡한 밥들을 얼른 들어내고 뜨거운 물을 부어 팔팔 끓여봤다. 그랬더니 근사한 누룽지가 된 것 아니겠는가. 기특한 나 자신, 어떻게 이게 또 떠올랐는지. 안 그래도 누룽지를 좋아했는데, 미국에서 처음 먹어서 더 맛있었다. 구수한 이 맛에 물배가 다 차도록 한참을 떠먹었다. 종종 애용해야겠다고 다짐할 정도였다.



   안 그래도 요새 하는 일이 잘 안될까 봐 끙끙 앓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여나 삶에서 마치 자칫하면 밥이 타버리듯이, 원하는 일이 잘못되지 않을까 많이도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임기응변으로 더 좋은 누룽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사람은 나였다. 또,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을지라도 어떤 예상 못한 더 좋은 시나리오가 삶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오늘 밥을 태우고 얻은 누룽지처럼 말이다.






   미국에는 그런 말이 있다고 한다. 누군가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면 되지! 한국 버전을 만들어봤다. 어쩌다 밥을 태우면, 누룽지를 만들면 되지! 삶은 때때로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않지만, 그 나름대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믿는다. 그 흐름에 몸을 맡겨버리자.



삶은?

누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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