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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Oct 01. 2022

삶에도 새 계절의 바람이 불 때,

따뜻한 옷을 꺼내 맞이해보자


   훅 들어온 가을 찬 공기와 함께 바쁨이 밀려왔다. 이곳에서는 세상 바쁠 일 없이 지낼 줄 알았건만, 참 사람 일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남는 건 시간뿐이라 귀한 줄 모르고 펑펑 썼더니, 시간 부자가 얼마나 좋은 것이었는지 다시금 깨닫고 있다. 역시, 노는 게 제일 좋아… 그렇다고 해서 새로 시작한 모험들이 싫은 것도 아니다.  바뀐 계절에 꺼내는 따뜻한 스웨터와 포근한 수면양말에 설레는 것처럼 변화가 주는 기쁨이 있다. 갑자기 게으름에서 부지런으로 전환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긴장을 바짝 하니 그것도 할 만하고 재밌다.



    평일 오전은 예외 없이 영어공부를 한다. 새로 시작한 영어 수업에서 영어도 배우고, 전 세계 사람들을 다 만나며 세상도 배우고 있다. 새삼 미국이 얼마나 다양함 속에 살아가는 나라인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 여기에 오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없었을 것 같다. 수업에 성실히 나오는 장기수강생들이 선생님과 관계도 돈독하고 열심히 해서 반 분위기가 좋다. 영어를 배우는 콘텐츠도 다양한데, 문법책, 단어장, TED, 미드 등 여러 가지를 활용해서 지루하지 않고 생각보다 수업 시간이 금방 간다. 입과 귀가 트이길 바라며 찬찬히 나아가고 있다.



     운 좋게 기회가 닿아서 관심 있던 랩실의 연구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운이 좋다고 하기에는 다소 많이 두드린 감이 없지 않지만, 그냥 잘 풀리는 척 한 번 해보았다. 사실 이게 바쁨의 가장 큰 지분이 있는 이벤트였다. 한 주 밖에 참여를 안 했는데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연구가 얼마나 스펙터클한 과정인지 잠시 망각한 죗값을 치렀다. 정신이 쏙 빠지게 바빴다.



     연구의 스케일이 기본적으로 크고, 투입되는 사람의 수도 많아서 놀라웠다. 이런 연구를 집행할 수 있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랩실과 교수님의 분위기도 기존 경험해보던 것과는 사뭇 달라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대학원생들이 교수님을 이름으로 부르는 게 아직 너무 어색하다. 친구처럼 부르는데, 아직 혼자 깍듯한 중이다. 교수님이 뭔가를 시켜도 할 말을 다 한다.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으라면 넣는 건 줄 알았는데, 코끼리를 넣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대학원생에게도 불가능이 존재하다니, 혁명적이다.  K-대학원생의 흔적을 지워야 할 텐데 쉽지 않을 것 같다.



      갑자기 적응할 것도 많아지고, 일도 너무 많아져서 무척이나 피로하고 힘든 한 주였다. 미국에 와서 한동안 너무 달콤하게 지내서, 놀고먹는 라이프가 일주일 만에 그리워질 뻔했다.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기회가 생겨서 기뻤고, 무척이나 최선을 다 한 한 주였다. 할 게 주어지면 하여튼 열심히 하는 편인데, 주어지지 않아 조금 소침하기도 했던 날들이 있었다.  앞으로는 힘들다고 우는소리를 할지언정,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거리 풍경에 가을이 살금살금 스며들고 있다. 삶에도 다음 계절의 바람이 분다. 그 끝은 알 수 없을지라도, 눈앞에 펼쳐지는 변화를 충분히 즐기고 싶다. 가을과 함께 지금-여기에 찾아온 새로운 일들을 반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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