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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Nov 01. 2022

씁쓸했던 미국에서의 첫 핼러윈


안팎으로 최악의 핼러윈이었다


   블루밍턴도 지난 금요일 밤이 핼러윈 행사가 가장 많은 날이었다. 미국 핼러윈은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서 남편에게 금요일 밤 다운타운에서 열리는 행사에 가보자고 했다. 밤이라 혼자 가기는 무서워서 같이 가고 싶었는데, 남편이 하도 귀찮아해서 툴툴거리며 그냥 집에 머물렀다. 바로 그날 밤, 집과 도보 5분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칼로 무장한 사람이 사람을 찔러 경찰이 수색 중이라며, 집 문을 잠그고 안전한 곳에 머물라는 안전 알림을 받았다.



   멘붕이었다. 뭣도 모르고 미국에서 첫 핼러윈을 즐겨본다며 행사에 나가서 밤늦게 귀가하다가 집 근처에서 범인이라도 조우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찔한 마음을 안고 찝찝하게 잠에 들었다. 그런데 새벽 3시 무렵, 혼자 잠들지 못했던 남편이 5분 간격으로 총성 4발을 들었다고 다음날 아침 알려주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고 했다. 살면서 총성이라고는 영화에서 밖에 못 들어봤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 한 남편이 총성을 모를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까지 우리 부부는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야만 했다.



   그러던 와중에, 한국발 이태원 참사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믿기지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거야말로 핼러윈 악몽이 아닌가 싶었다. 너무 어린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도 전날 밤 내가 그랬, 그저 행사에 가보고 싶었던 마음과 별반 다를 바 없었을 것이라 생각이 드니 너무도 안타까웠다. 충격적인 마음에 계속 관련 영상과 뉴스를 찾아보다가 우연찮게 현장을 자세히 묘사한 영상과 글을 보고 나서부터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 뒤로는 영상을 못 보고 있다. 안팎으로 심란하고 비통한 날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마음이 힘든 시기일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필자가 속한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 마음건강 유지를 위한 권고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한 번씩 꼭 참고하여 함께 실천해 보면 좋겠다. 또, 주변에 직/간접적으로 사건을 경험하거나,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경우 아래 기관에서 무료로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으니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본다.


- 한국심리학회 무료상담 : 1670-5724

- 서울시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 02-2181-3107

- 국립정신건강센터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 : 02-2204-1444~5

- 노원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나우(청소년): 02-2091-1388, 02-1388(24시간 운영)

- 한국상담심리학회 권고: (https://pf.kakao.com/_GtVlxb/97208825)



    미국에서 처음 맞이한 핼러윈은 범죄와 참사로 마무리되었다. 오늘 영어 수업에서도 여러 국적의 클래스 메이트들과 선생님도 모두 뉴스를 통해 접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해왔다. 씁쓸하기도 했지만 고맙기도 했다. 연대와 위로의 마음이 가장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끝으로 10.29 참사에 대해 애도와 연대의 마음을 전하며, 무거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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