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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날 갑자기 Dec 02. 2017

남의집 관찰일기 1부

마당에 살던 엘리제는 우연히 남의집 일기를 쓰게 되는데...

Episode 1

한 명의 아담 그리고 둘의 이브



바람이 갈비뼈를 치던 날.
한 명의 아담과 두 명의 이브는
남의집 동산에 모였다




2017년 11월 9일.


연희동에 위치한 어묵 바에서 남들은 궁금해하지 않을 작은 비밀 회동이 있었다. 나름의 킥오프 미팅이요, 나름의 공동성명과도 같은 날이었다. 만난 이유는 간단하다. 파트너십 제안 때문이었다.


나 홀로 '남의집 동산'을 만들던 아담이, 평소 잘 놀던 세 명의 이브에게 뭔가를 제안했고, 그중 두 명의 이브는 제안을 허락하게 된다. 그들 사이엔 빨간 사과 대신 익어가는 어묵이 있었다.


남의집 프로젝트 같이 하시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모든 것을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듯, 모든 사건은 '어느 날, 우연히...'로 시작한다. IT 회사 출신인 아담은, 프로젝트를 만들 당시의 이야기로 시작해, 지금은 새로운 크루를 영입해야 하는 시기임을 알렸다.


"처음에 남의집 프로젝트는 같이 사는 은재형과 둘이 시작했어요. 재밌었어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혼자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오게 된 거예요. 문득 걱정이 들더라고요. 혼자서 다 만들다 보면 그게 생길까 봐. 아집"


'혼자가 편하다' 그러나 '아집은 두려운' 문지기의 모습


몇 차례의 만남이 있는 동안 문지기는, 남의집 1호에 초대해 국자를 휘이휘이 저어가며 카레를 대접했고, PT자료까지 준비해 발표시간도 가졌었고. 심지어 '남의집 리포트'까지 작성하며 인간적인 노력도 전달한 상황. (궁금하신 분들은 '남의 집 리포트'를 읽어보시길... 뭐든 초기 단계 에피소드가 순수하고 재밌다)


'아집'. 오랫동안 맴돌던 말이었다. 혼자서 남의집 동산을 만들며 느끼던 수많은 단어들이 있을 텐데, 왜 하필 '아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까. 수많은 사례가 보여주듯 '고집'과 '아집'의 경계는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다. 연애도. 기업도. 브랜드도 마찬가지. 지켜야 할 것과 확장할 것의 경계가 가장 어렵지 않던가. 욕심 사이에서, '아집'이라는 단어를 핀셋으로 집어, 눈 앞에 보여준 느낌이었다.


익어가는 어묵만큼이나 분위기도 무르익던 시점이었고, 대화의 속도는 어묵 국물을 마시는 속도만큼 빠르고 뜨겁게 흘러갔다. 주민증의 이름이 아닌, 이 프로젝트를 위한 서로의 애칭이자 역할극을 정하기로 했다. 여기서 우리는 남과 여도 아니요. 인턴과 부장님도 아니요. 대표와 거래처도 아닌. 그저 그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 불필요한 수식어를 지우개로 슥슥 지우고 가만히 누군지 지켜보는 것.


이름이 중요하단 말씀.


별명을 불러주기 전엔
이름 없는 동네 주민에 불과하였지


직급이 아닌 영어 이름으로 부르자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어묵을 먹던 다른 손님들의 피부 표면에 돌기가 생길만한 근질근질한 대화들이 오갔다. "아 그럼... 엘리제 이상형은요?", "포카는 그래서 뭐 좋아해요?", "용은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김성용'은 회사에서 쓰던 영어 이름 그대로 '용'. 365일 자유로움을 원했던 '김지현'은 디즈니의 33번째 캐릭터인 포카혼타스를 줄여 '포카', 마지막으로 '최은영'은 김복순 할머니급의 클래식한 이름인 '엘리제'.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어묵을 입에 넣으며 역할론까지 이어나갔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담당해왔던 '문지기', 여기저기 촉을 잘 세우는 '안테나' 그리고 마음껏 놀 수 있는 마당의 소울Soul을 담은 '최마당'. 뭐 이런 셈.


좋긴 한데, 돌기가 돋는 이름들.


입 안 가득 어묵을 물고 말하는 '용'을 가만히 지켜봤다. 섭외하고, 문자 보내고, 찾아가 미팅하고, 콘셉트 잡고, 사진 찍고, 메일 보내고, 발송하고, 스케줄 잡고, 공지하고, 홍보하고, 모임 만들고, 그 모든 순간을 브런치로 남기는 일. (사실 이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일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해왔음)


인공지능이 익숙해지고, 빅데이터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심지어 IT 회사에 다닌다던 그의 노력 8할이... 아날로그 가내수공업이었다니. 긴 한숨과 함께, 그간의 노력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었던 남의집 프로젝트



제안을 받아주어 감사하다는 그를 향한 속마음은 현재 이러하다. 선택의 알고리즘은 생각보다 자동 반사적이라는 거. 선택의 패턴이 결과의 패턴을 만드는 것처럼. 성실한 문지기 용. 안테나 좋은 포카. 마당 출신 엘리제. 우리는 어쩌면 '그냥' 한 것일지 모른다. 습관으로. 본능으로. 또는 우연으로.


특히, 한 겨울 이불 속에서.


어색해서 설레는 단계. 몰라서 알고 싶은 단계. 알아서 두려운 단계. 호기심이 자라나는 단계. 실수가 두렵기도 하고 또는 넘어가도 되는 단계. 모든 걸 이해하는 단계. 잘은 모르겠지만 어딘가 촉이 오는 단계. 막연하고 막막한 단계. 큰 그림은 그려지지만 디테일한 실행이 어려운 단계. 어딘가 좋은 단계. 그래서 그렇게 시작하는 단계. 연애든 비즈니스든 프로젝트든. 시작은 콩깍지다.



알면서 또 속는 콩깍지의 수레바퀴.






이로서 새로운 에덴동산인 '남의집 프로젝트'는 성실한 아담과 새로운 이브들이 함께 운영하게 되었고, 남의집 이야기들의 확장 버전이 될 것이며, 남의집 프로젝트에 관한 새로운 관점 하나가 생겨날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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