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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Dec 15. 2021

노래보다 더한 감동

~ 이겨서 미안한 천사들 ~

 정말 놀랐다. 우리나라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가!

코로나 시대에 두드러지게 많아진 TV 프로그램이 각종 가요대회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많은 출연자들이다. TV에서만 자주 못 봤을 뿐, 각자 나름대로 가수 활동을 하고 있었을 정도로 모두가 하나같이 ‘내 노라’는 실력자들이었다.           

 


 사실 코로나 전까지는 대중가요니 트롯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바쁘게 사느라 잠시 유행하다 사라지는 수많은 대중가요를 따라갈 수 없었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공중파 TV에서 트롯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심금을 울려주는 가창력과 호소력에 잠시나마 머릿속에 자리한 코로나도 비우고 스트레스도 날려 버리곤 했다.  온몸으로 부르는 가수들의 열정에 빨려 들어가다 보면 코로나로 인한 답답함, 우울함, 불안함을 잊어버리곤 했다.          

 


 문제는 대회라는 경쟁체제였다.

상금이 어마어마하다. 상금뿐만 아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험난한 길이 꽃길로 바뀔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냥 소파에 누워서 하루의 피로를 풀면서 즐겨도 되는 시청자와 달리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순간순간 얼마나 긴장되고 가슴 졸일까!      


 
 한 번에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방식을 바꾸어가며 몇 번의 열전을 거친다. 심사위원도 소위 마스터들만이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참여한다.

 

 순위가 꼭 실력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한 단계 한 단계마다  변수가 참 많다. 사실 Top 10위 정도까지 오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모두가 정상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선곡에 따라, 편곡에 따라, 또 경쟁상대에 따라 순위가 달라지기도 한다. 거기다 심사하는 마스터들의 취향과 시청자들의 호응도 변수에 영향력이 크다.           

 


 탈락하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든 가수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어 진다.  

1:1 데스매치에서 탈락하는 가수들이 입을 상처가 안타깝다. 음악이라는 말 그대로 그냥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또 마냥 그럴 수만은 없는 것이 대회이니 즐겨야 할 음악도 경쟁을 피할 수 없나 보다.          

 


 나는 시청자 투표에 참여할 정도로 호불호가 강하지도 선명하지도 않다.

음색과 표현은 달라도 모두가 우승자 수준이다. 그들 모두의 가창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를 진정 더 감동시키는 것은 그들의 또 다른 진면목이다.

무엇보다 우승에 목매지 않는 프로다운 여유다. 설령 숫자에 밀려서 탈락해도 빙그레 웃을 수 있는 여유다. 탈락한 아쉬움은 없지 않지만 나름대로 노래를 사랑하는 꿈으로 살아온  그들의 삶이 보인다.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한 그들의 자신감이 우리 마음에 더 큰 여운으로 남는다.


 노래가 끝나고 꾸밀 수 없는 그들의 뒷모습을 본다.

둘이서 함께 서로에게 맞추어 주며 화음이 어우러지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했는데 1:1 경쟁에서 둘 중에 한 사람은 탈락해야 한다. 참 불편한 진실이다.



 점수판을 보면서 상대보다 자기가 이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는 순간이다.

결정판 숫자에 승자는 주로 놀란다. 상대가 자기보다 잘했다고 평가하고 있었기에 의외의 결과라는 뜻이다. 승자는 미안해서, 탈락자는 축하의 마음으로 말없이 서로 얼싸안는다. 심지어 탈락하고도, 연습기간 동안 승자에게 많이 배운 고마움을 잊지 않고 표현하는 겸손함이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도 한다.  이긴 것을 마냥 기뻐할 수 없어 상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눌 길 없어 퇴장 후에도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가수도 보았다.


 

 노래만 잘해서 정상까지 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들의 삶 자체가 노래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삶이 엿보인다.

노랫소리에 이어진 그들 마음의 파동이 우리 마음을 출렁거리게 한다.      

 



 그래서 말이다.

상금은 꼭 1등만 줘야 할까. 꼭 상금이 아니라도 TV 출연으로 인지도가 높아지면 많은 기회가 덤으로 주어진다. 하지만 수많은 고비를 함께 넘어서 온 그들인데 1등 한 사람에게만 상금을 주는 시상제도는 정당한가. 아쉽다. 상금의 차등을 둘 수는 있지만 수상자 인원 수에 늘 아쉬움이 있다. 좀더 많은 가수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주길 바란다면 어불성설인가!


우리는 1등만 기억하는 것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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