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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Jul 05. 2022

몸으로 기억한 생일상

~ 엄마를 위한 밥상, 아들을 위한 생일상 ~

아침마다 새벽 묵상을 카톡으로 보내주는 사촌이 있다. 

사촌은 아예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이다. 올해 64세이고 맏아들이라고 90세이신 어머니와 함께 산다. 작은 어머니는 폐암 말기이지만 본인만 모른다. 자녀들만 알고 연로하신 작은 어머니가 항암치료를 감당 못 할 것 같아서 집에서 자연치유법으로 연명하고 있다. 집안 살림이며 작은 어머니 간병은 남자이지만 사촌이 한다.     



그 사촌이 며칠 전 생일이었다. 

우리는 카톡에 뜬 서로의 생일을 보고 선물은 어색해서 서로 축하 문자를 주고받는다. 사촌이 밤에 산책하면서 전화를 했다. 농담 반 진담 반 생일 상은 차려 먹었느냐고 묻자 사촌이 상 차리듯 자축 생일상 이야기를 했다.     



작은 어머니는 연세도 많고 폐암이라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니 아들 생일 기억할리 만무했다. 

사촌도 스스로 본인 생일을 위해 음식 장만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말씀하셨단다. 

목도 아프니 잘 넘어갈 것 같다며 미역국이 먹고 싶다 하셨다. 사촌이 엄마를 위해 미역국을 준비했단다. 작은 엄마가 또 혼자 중얼거리셨단다. 갑자기 이런저런 채소가 들었는 잡채가 생각난다고 했다. 사촌은 또 잡채 재료를 준비했다. 누나가 시골에서 농사지어서 보내준 부추를 보며 작은 어머니가 부추 시들기 전에 부추전이라도 해서 먹자고 했단다. 사촌도 힘들게 농사지어서 보내준 누나를 생각하며 부추전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평소 반찬에 미역국, 잡채, 부추전이 보태진 생일상이 차려지고 말았단다.      



그제야 엄마가 말씀하셨단다. 

“ 네 생일이 이때쯤이잖아. 내가 직접 생일상을 못 차려줘서 미안하다…….”

정신없어서 모를 줄 알았는데 자기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 엄마 말씀에 사촌이 엄마를 껴안아 주며 말했단다. 

“ 엄마, 나를 낳아서, 일찍 홀로 되셔서 바느질해서 나를 이렇게까지 키워주시느라 너무 고생 많았어…….”          


사촌은 어린아이처럼 깔깔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나는 가슴이 울컥했다. 

정신이 희미해서 아들이 태어난 날짜는 몰라도 몸은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직접 차려주지는 못 해도 아들 생일에 차려주던 음식은 눈앞에 선했나 보다.           



아들은 엄마를 위해 차린 밥상, 결국 노모의 기억이 차린 아들의 생일상이었다.           

생일상을 마주한 연로하신 노모 작은 어머니와 나이 지긋한 아들 사촌의 잔상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 사촌과 작은어머니처럼 사랑을 주고 받는 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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