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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Jul 19. 2022

집이란

~ 허기를 채우고 잠이 드는 곳 ~

교회에 미국에서 손님이 왔다.

미국에서 왔으니 영어는 당연히 잘하고 중국계 2세여서 중국어도 어느 정도 할 줄 안다. 우선 숙소가 마땅치 않다고 해서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해 주었다. 최대한 편하게 해 주려고 독방에 에어컨도 켜주고  이브자리도 신경을 써 주었다.      



아침에, 어설픈 영어로 잠을 잘 잤느냐고 물었더니 세 시간밖에 못 잤단다.

잠자리가 바뀐 탓인가 보다.     



아침은 간단하게 빵과 커피로 대접을 하고 점심은 외식을 했다.

중국계 2세여서 중화요리 집으로 갔다. 면 종류보다는 밥,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좋아한다 했다. 볶은밥과 탕수육을 시켜주고 우리는 자장면을 먹었다. 그런데 막상 음식이 차려지니 자장면이 더 먹고 싶다고 했다. 자장면을 덜어주랴, 탕수육을 챙겨주랴, 음식 먹는 요령들을 설명하랴 분주했다. 나의 짧은 영어 실력과 남편의 중국어 실력으로 주로 음식, 문화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느라 사실 식사는 뒷전이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손님을 지하철까지 배웅해주고 집에 돌아오니 피곤이 몰려왔다. 분명 점심을 먹는다고 먹었는데 허기도 졌다. 우리는 라면을 끓여서 늦은 점심을 새로 먹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리고 점심을 먹은 기분이었다.     

 


아무리 편하게 해 줘도 외국 손님이 잠을 충분히 못 잔 것도, 우리 가족이 평소에 좋아하던 중국요리를 양이 많아서 남기고도 허기를 느낀 것도 집이 아니어서, 식구가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      



집이란?

진수성찬 대접을 받고도 채워지지 않은 허기를 라면에 김치만으로도 다시 먹고 허기를 채워주는 곳, 피서지에서 한 방에 여럿이 부대끼면서도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잠들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집이 아닐까!


집이란 결국 내가 돌아 가는 정든 곳이었다. 

고대광실은 아니어도 지친 몸을 편히 뉘일 수 있는 곳, 진수성찬은 아니어도 맛있게 먹고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곳이었다. 삶의 희노애락을 함께 할 내 편이 있는 곳이었다.


( 양떼들도 잉어들도 저기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자기 집인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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