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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Jun 30. 2022

진정 즐거운 체험학습이 되길

~ 물속에 잠긴 체험학습 ~

체험학습을 갔다 실종된 초등생 ‘조유나’ 가족이 바닷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생활고로 인한 부모의 극단적 선택으로 짐작을 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체험학습 간다고 신나서 따라나섰을 초등생 딸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남들은 다 학교에 가는데 휴일도 아닌데 부모님과 제주도 여행을 간다는 사실에 딸아이는 얼마나 신나고 들떠 있었을까.          



현직에 있을 때가 생각난다.

학기 중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는 아이들을 보면 그들이 즐기는 삶의 여유에 그들뿐만 아니라 주위 친구들까지도 부러워할 정도로 즐거움이 보글보글 거품을 내곤 했다. 그저 담임으로서 뒷 탈 없도록 구비 서류만 제출하면 원망 듣지 않으려고 쿨하게 허락했던 체험학습이었다.      



그 초등생 부모는 꼭 아이까지 함께 극단적인 선택에 동참을 시켜야 했을까.

아이는 부모 소유가 아닌데 왜 아이까지 함께 극단적인 선택에 동반시켰는지 부글부글하는 마음이 일다가도 그것도 책임감 없는 입장이어서 쉽게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고 입을 다물고 만다.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서 따라다니는 아이를 데리고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던 부모 마음은 또 오죽했을까.           



 현실 도피적인 체험학습을 눈감아 줘야 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부모와 떨어져서 우리 반에 있는 친척과 한 달간 학교 생활을 하고 간 아이가 있었다. 그 여자 아이도 3학년이었다. 이것저것 물어봐도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고만 할 뿐이었다. 부모 연락처도 거처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



 잠시 머물다 간 아이였다.

말이 없고 어두웠던 그 아이에게 더 이상 무엇을 물어볼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울음을 머금은 얼굴이었다. 아이를 볼 때마다 서울 체험학습 즐겁게 하고 가라고 한 마디씩 할 뿐이었다.     



 나중에서야 친척인 우리 반 아이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가 빚에 시달리는 부모가 빚쟁이들의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채권자들이 아이가 다니는 학교까지 찾아오는 바람에 아이까지 시달리게 할 수 없어서 부모가 거처를 정하는 동안 멀리 있는 친척에게 부탁해서 우리 반에 와 있었던 것이었다.      



지금처럼 신고나 가정 방문이 허용된 시대가 아니었다. 궁금했지만 사생활 침해가 될까,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 될까, 친척인 학부모 눈치가 보여 그저 모른척하며 친절하게만 대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를 보호하고 살 길을 모색하던 부모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다 같지 않고 형편도 다 다르니 함부로 돌을 던지고 싶지는 않다. 오죽하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그저 안타깝다.          



부모만 믿고 신나게 따라나선 초등생이 눈에 자꾸 밟힌다.

그 아이의 즐거운 체험학습, 삶이 물속에 잠겨버렸다.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온종일 장맛비처럼 흘러내린 하루였다.


이젠 정말 즐거운 체험학습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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