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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Nov 21. 2022

고양이의 일침

가을 햇살 속 행복한 고양이


 딱 좋은 날씨다.

집안이나 집 밖이나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런 날씨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기에도, 낙엽을 보며 발 밑을 보며 걷기에도 햇살도 부담스럽지 않고 바람도 차갑지  않고 적당하다. 산책하는 은근한 즐거움이 있다.


  가을 햇살이 혼자  걷는 길도 괜찮다고 토닥거리는데 길고양이 한 마리가 멀찌감치서 주춤거리며 따라온다.

 '먹이라도 기대하는 것일까?' 도중에 실망하면 포기하고 돌아가겠거니 생각했다.



 산책하다 벤치에 앉으니 어슬렁거리며 따라오던  길고양이도 햇살 좋은 곳에 걸음을 멈춘다.  먹이를 주지 않아도 늘어지게 긴 하품을 하며 혼자서 햇살 멍을 한다. 나를 따라온 것도 먹이를 따라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밝고 부드러운 가을 햇살을 따라 걸어왔나 보다. 


 '야옹' 한 마디로 일침을 가한다. 

 행복이 뭐 그리 대단하냐?

먹이 걱정만 내려놓아도, 사람한테 거는 기대만 내려놓아도 이 가을 햇살 속에 소소한 행복 누릴 수 있다며 보란 듯이 오수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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