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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Nov 29. 2022

아들의 결혼

~ 정답이 없는 결혼식 ~

 아들이 결혼을 했다.

아들은 직장 일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큰 행사가 거의 끝난 11월에서야 결혼 날짜를 잡았다. 11월 20일! 11월 날씨답지 않게 밝고 맑고 포근한 날씨가 결혼식 분위기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 주었다.           

 


 사랑의 위력이었다.

코로나 재유행에도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북한에서 연일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직장 거리상 혼자 독립해서 살면서 핑계가 아니라 집에 올 여유도 없을 정도로 바쁜 아들이 그 와중에도 결혼할 수 있는 여유는 있었다. 역시 모든 일의 우선순위는 자기 마음이고 사랑의 힘이었다.       

 


 부모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자라 갔다.

자식을 가장 걱정하고 사랑하는 부모라 해도 품 안에 자식이었다. 어릴 때는 먹이고 키우며 돌보지만 대학생이 될 쯤부터는 부모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커가는 것이었다.  진로도 취업도 배우자를 선택해서 하는 결혼도 때를 따라 스스로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이었다. 부모는 그저 말라 비틀어지지 않도록 물을 주듯 가끔씩 조언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정말 다행스럽고 감사한 것은 같은 교회에서 오랫동안 서로 잘 알고 지내던 가정과 혼인을 하게 되었다. 평소의 친밀함이 두 가정의 결혼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두 사람이 이성으로 만난 기간은 몇 달 되지 않지만 서로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기에 배우자 결정에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서로에게 감사했다. 마음이 편했다. 법적인 호칭만 달라졌을 뿐 알고 지내던 그대로였다.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역시 ‘사람’이었다.

결혼은 현실이지만 상대의 직업이니 학벌이니 외모니 하는 것은 참고사항에 불과했다. 역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은 마음, 속 사람이었다. 가장 좋은 사람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끌림이었다. 거절했다고 해서 결격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감당하기에 벅찰 정도로 상대가 우세한 곳도 부담이었다. 그저 모든 면이 비슷해서 마음이 편한 곳이 적격자였다.     

 


 최소한의 준비로 식을 했다.

직장 가까이에서 혼자 살고 있던 아들이어서 살림살이 장만할 것도 없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결혼식이 목표가 아니라 평생 일상생활을 함께 하며 잘 사는 것이 목표이기에 신랑 신부 양가 부모 전원 합의로 허례허식에 얽매이지 않고, 부담을 다 줄이고 딱 결혼식만 올리기로 합의했다. 예단이니 이바지음식이니 모든 것을 생략했다. 최소한의 결혼 준비에 대한 만장일치로 상견례 자리는 양쪽을 공감으로 더 돈독하게 엮어 주었다.          

 


 가벼운 몸으로 출발선에 섰다.

이 바쁘고 복잡한 세상, 꼭 해야 할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모든 것을 갖추어서 안정적으로 출발하지는 못 했다. 그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냥 아들이 살던 작은 전셋집에 살던 살림살이 그대로 쓰며 살기로 했다. 새살림으로 장만해서 신혼 분위기를 내고 싶은 마음도 절제하고 집 규모에 맞게 살림살이도 욕심부리지 않기로 신랑 신부가 합의를 했다. 역시 눈치 보지 않고 소신과 자유가 있는 MZ세대였다.      

 


 날씨마저 정답은 없었다.

11월 20일인데도 20도 가까이 오른 맑고도 포근한 날씨는 정상이 아닌 이상기온이지만 더 다행이었다. 봄과 가을이 공존하는 듯한 날씨였다. 신부 아버지와 신랑이 인계인수하는 듯한 식순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로 동시 입장해서 동시 행진으로 마무리한 결혼식이었다. 교회 많은 성도들과 예배를 드리며 올린 결혼식이었다. 성대하다기보다는 편안하고 조촐한  결혼식이었다.



  ‘사랑의 종소리’라는 성가대의 축가처럼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가정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참 감사하고 기쁜 날, 화사한 햇살 속에 가족들과 친구들의 환호를 받으며 신혼여행을 떠나는 아들과 며느리를 바라보는 마음이 흐뭇하고 감사했다.


                    (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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