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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Jan 08. 2023

옛정 위에 새로운 정을 쌓으며

~  많이 부르면서 가까워지길 ~

아들이 결혼한 지 한 달 남짓 되었다.

나에게도 며느리가 생겼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신앙 안에서 애지중지 다 키워서 우리 집에 며느리로 선뜻 보내준 사돈어른들께도 감사하고 현실적으로 집이며 차며 살림살이가 제대로 갖추어지지도 않았는데도 그저 삶의 코드가 어느 정도 맞다고 우리 아들을 신뢰하고 평생의 동반자로 선택해준 며느리도 고맙다. 오랫동안 같은 교회에서 서로 잘 알고 지내던 터라 서로 마음이 편하다.


문제는 호칭이었다.

평소에 만나면 서로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하던 사이다. 거의 매주 만나다시피 했다. 가족들끼리도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익숙하고 친근하다.


하지만 이제 법적인 호칭이 발생했다.

팔불출이라 비아냥거려도 할 수 없다. 결혼하자 며느리는 말끝마다 어머님 어머님 아버님 아버님 열심히 불러준다. 말 한마디에도 마음씀이 참 고맙고 예쁘다.  " 어머님, 안녕하세요 ~ "라는 통화의 시작은 벌써 마음 문을 활짝 열어준다. 서로 얼굴 맞대지 않아도 마음이 닿고 웃음이 번진다.


문제는 나다.

결혼 전에 이름을 부르며 쌓인 정이 호칭을 바꾸면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그간 쌓인 정이 아깝다는 느낌이다. 여전히 며느리의 이름이 더 정겹다. 결혼해도 서로들 이름을 부르며 그냥 한가족으로 자연스럽다.


 입에 익지 않아서 어색하기 이전에 " 새아기"라는 관례적 호칭이 의무적인 관계로 변환이 되는 듯하다. 또 하나, 여자는 결혼하면서 이름을 잃어버리는 아쉬움이 있다. 고유의 이름은 문서상에서만 남고 '새아기, 누구 어미'라는 역할에 따른 호칭으로 불리는 것이 같은 여자로서 그리 즐거운 동참이 아니다.


또 한편 생각해보니 나도 며느리가 결혼과 동시에 어머님 어머님 불러주니 기특하고 고마운 일 아닌가. 어쩌면 며느리도 호칭을 바꾸어 주길 원할지도 모른다.


 


서로 바빠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이가 없었다. 이제 방학도 하고 설명절에 모이면 호칭 정리도 해야 할 일이 되었다. 정답이 없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도 생각해 본다.


이름을 부르면 오래 발효된 옛정 분위기가 나서 좋고 새아기라고 부르면 새로 업그레이드된 분위기가 난다.

무엇으로 부르든 많이 부르다 보면 옛정 위에 새로운 정이 쌓이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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