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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Feb 01. 2023

길을 나서며......

~  연화장 복도에서 ~

길을 나서며...
 

                                                              ( 중산 이중길 시 )
 

주인장
 
 그동안 신세 많이 지고 갑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이 나그네...
 
 젖먹이 유년시절부터 청년과 중년을 거쳐 백발노인이 되기까지 

오랫동안 신세 많이 지고 갑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보잘것없는 빈털터리...
 
 손님으로 왔다가 융숭한 대접을 받고 이제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지난 세월 되돌아보니 한순간 꿈이었군요...
 
 즐거움도 슬픔도 미움도 기쁨과 욕심과 나눔도 한순간에 꿈이었군요....
 
 많은 시련 속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보람 있는 삶을 지내다 

이제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내 좀 더 머물지 않는다 서운치 마오...
 
 갈길이 멀어 조금 일찍 나선 거뿐이요...
 
 다음세상에 내가 머물 곳은 그 어딘지 궁금하지만....
 
 내 도착하는 대로 안부 전하리다...
 
 잘 있다고.....





교회 성도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설 수 없어 연화장까지 가게 되었다.

자식을 앞서 보내는 팔순 아비는 말이 없었다. 충혈된 눈만 끔벅거리고 있었다.

아마 자식을  가슴에 묻고 계신 듯했다.

무슨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일이기에 표현할 길 없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저 아무 말없이 유가족 뒤를 따라다닐 뿐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연화장 복도에 계시된 시가 눈에 들어왔다.

세상을 뜬 고인이 슬픔으로 넋이 나간 유가족들에게 감사하며 위로하는 듯했다.

빈손으로 와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다시 빈손으로 간다는 고인

정말 빈 몸으로 태어나 

수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는 우리들 모습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갈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고 

올 때처럼 빈 손으로 가야 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갈길이 멀어 조금 일찍 나섰을 뿐이라니 

우리 모두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길을 가야 함을 어찌할꼬.

도착하는 대로 안부 전한다니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듯하다.

내가 있는 일은 그저 순간 진심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시를 사진에 담았다

가슴에 꾸욱 눌러 저장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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