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안내 표지판에 10월 말 경에 완공 예정이라고 했다. 교통량이 많은 곳이어서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우회전 차선이 따로 없어서 항상 직진 차의 양보를 구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불편이 해소될 전망이어서 아주 잘 된 일이었다.
차량 운행을 피해서 공사를 하느라 밤에만 공사를 하는 것 같았다.
아침마다 아주 조금씩 공사 진행상황이 눈에 띄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예정된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예정된 날짜쯤에 공사는 전혀 완공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10월 말을 훌쩍 넘겼지만 12월 말까지는 완공되리라 넉넉하게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공사는 거북이걸음이었다. 일일이 행정당국에서 말하지 않아도 사정이 훤했다. 눈비가 와서 못 하고 추위에 얼어서 못 하고 명절이라서 쉬어야 하고……. 길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 정말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도로만 만들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가로등을 옮겨 새로 설치해야 하고 차량 운행에 차질을 주지 않으면서 신호등도 이전 설치 해야 했다.
공사는 해를 넘겼다.
예정보다 너무나 지연되니 오며 가며 조바심을 내다가도 생명과 안전이 걸린 일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며 올라오려는 불평을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급하다고 부실공사를 할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이해를 했다.
드디어 3월 어느 날 완공이 되었다.
4차선이 7차선으로 넓어진 차도와 새로 단장한 인도는 보기만 해도 넓어지는 시야에 가슴까지 뻥 뚫렸다. 한쪽은 2차선, 교통량이 훨씬 많은 반대쪽은 5차선이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지나고 다시 봄이 될 때까지 고생 끝에 완공한 도로였다.
하지만 “와!”하는 감탄도 순간이었다.
깔끔하게넓어진 새 길이고, 흰색 차선도 멋지게 그려졌건만 왠지 불안했다. 좁은 길이 갑자기 넓어서일까? 교통량이 많은 쪽 5개 차선을 어떻게 나누어서 운행해야 할지 어정쩡해 보였다. 괜히 좌회전 직진 우회전 표시가 확실하지 않음에 넓어진 길이 오히려 불안해서 횡단보도를 건너와서 괜히 차량들을 지켜보기도 했다.
며칠 뒤 “우와!” 진짜 쾌재를 불렀다.
도로 노면에 좌회전 3개 차선은 분홍색, 직진은 녹색, 우회전은 흰색 화살표로 구분되어 도색이 되었다. 칼라풀한 구분이 갈길을 확실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주행 길이 확실해졌다.
각자 자기 색깔 차선을 따라 운행한다. 우회전 차선이 텅 비어 있어도 어리석게 차선을 넘지 않는다. 신호등과 색깔 차선을 지키며 가고 서는 주행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많은 수고와 고생 끝에 만든 길이지만 차선이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오랜 세월 갈고닦아서 만들어 온 길일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선을 지켜 걸어야 하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