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해서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도, 건전지를 교체해도 여전히 화살표는 요지부동이었다. 한밤중이라 난감함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졌다.
순간, ‘괜찮아, 그래도 노트북은 작동하고 터치 패드라도 되니까 아쉬운 대로 쓰고 내일 해결해 보면 되지…….’라며 스스로를 다독거려졌다. 열대야 따라 끓어오르려던 짜증이 가라앉는다.
다음 날도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폭염이다.
집안일을 하면서도 멈춰버린 마우스가 머리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오전 일과를 대충 마치고 외출을 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대기업 서비스센터가 있다. 노트북을 챙겨서 양산을 쓰고 걸어갔다. 오전인데도 달궈진 아스팔트 열기에 도심 전체가 찜질방이다. 덥다고 투정을 부리려다가 ‘괜찮아, 그래도 서비스센터가 이렇게 가까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야…….’라고 마음을 달랬다. 투정을 부려봐야 내가 나한테 하는 투정이니 별수가 없다.
내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려는 듯 바람이 분다.
열기 가득한 열풍이다. ‘뭐야, 이것도 바람이라고?’라고 비아냥거리려다가 순간 바꾸었다. ‘괜찮아, 그래도 피부에 바람결이 느껴지니 부채질이라도 받는 기분이네…….’라며 바람결이라도 고마워했다. 내 힘으로 한치도 누그러뜨릴 수 없는 더위가 그래도 바람을 타고 더위를 조금이라도 식혀주고 간다.
서비스센터 자동문이 열리고 들어서자 '와~ '소리 저절로 나오는 시원함이다. 에어컨 냉기가 빵빵하다. 완전 딴 세상으로 순간 이동해 온 기분이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열대와 냉대로 구분이 되다니 순간순간 달라질 수도 있는 삶의 모습이다. 더위 스트레스를 한 순간에 날려 주었다.
에어컨의 시원함 속에 안내원의 친절이 더 품위 있게 느껴진다.
대기 번호표를 뽑아서 빈 좌석에 앉았다. 기다림이란 늘 시간낭비라고 초조함이 시동을 건다. 순간, ‘괜찮아, 공짜로 에어컨 바람도 즐기고 브런치 독서도 하고…….’라고 마음을 바꾸니 도서관이 따로 없다. 브런치 글에 댓글까지는 달지 않아도 즐기며 그냥 읽는다. 청량음료 마시듯 라이킷을 누르며 읽느라 대기 중이라는 의식도 사라졌다.
“딩동” 경쾌한 초인종 소리와 함께 호명이 되었다.
노트북 담당 기사님의 점검 결과 마우스 고장이란다. 서비스센터에서는 부품을 판매하지 않으므로 시중에서 사서 교체하면 된다고 했다. 당장 쓸 수 있는 깔끔한 해결을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스멀거린다. ‘괜찮아, 그래도 더 큰 고장이 아니고 마우스만 다시 사면되니 이 정도로 간단히 해결된 것만으로 다행이지…….’
인터넷으로 마우스를 샀다.
무선 마우스 연결시키는 법을 몰라서 프로그램 상에서 헤매고 다녔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했다. 할 수 없이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들의 안내대로 마우스 속에 끼워져 있는 리시버를 노트북에 꽂으니 바로 화살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간단한 것을 몰라서 시간 낭비를 했다. ‘괜찮아, 덕분에 무선 마우스 연결법을 알게 되었으니…….’라며 새로 알게 된 기쁨을 앞세운다. 역시 사람은 평생 배우며 산다.
사람 마음 하나 바꾸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사소한 일로도 순간적으로 우울감이 스며들어 마음 샘에 고일 수도 있다. 의외로 한마디 말로도 고인 우울감을 헹구어 줄 수도 있었다. ‘괜찮아’라는 말이었다
‘괜찮다’고 생각할지 말지 결정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순간순간 ‘괜찮아, 괜찮아’로 바꾸면 팍팍해지려던 삶이 말랑말랑해진다. 가진 것 없이도 왠지 넉넉해진다. 덤으로 감사가 따라온다. 세상살이가 여유로워진다.
‘괜찮아’는 거창한 설교도 아니면서 은근히 긍정의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는 말이다. 내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 어렵다는 마음을 바꾸는 단초였다.
일체유심조!
멈추었던 무선 마우스가 작동하듯 마음과 삶도 무선으로 연결되어 있나 보다. 마음이 바뀌면 삶도 다시 활기를 되찾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