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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Sep 23. 2024

중심 잘 잡고 있는지

~ 돌고 돌아도 흔들려도 ~

며칠 전 추석날이었다.

지인을 배웅하기 위해 인천 공항을 갔다. 미국으로 가는 지인을 떠나보내고 바로 귀가하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모처럼 공항에 왔으니 구경도 하고 좀 쉬었다 왔다. 넓고 시원해서 피서지가 따로 없었다. 입국장, 출국장, 식당가, 각종 편의시설, 화장실, 부대시설을 둘러보며 가슴 뿌듯했다. 세계적인 공항으로 손색이 없는 인천공항에 아무 보탬도 주지 않았으면서도 자부심이 느껴졌다.           

 


 편리한 시설과 드넓은 공간이 주는 쾌적함에 추석날까지도 끝나지 않은 무더위를 식히며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함성과 박수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스마트폰 소음인가 별관심이 없다가 뭔가 현장감이 느껴져서 호기심이 생겼다. 함성을 따라가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둘러 선 모습이 보였다.     

 


 추석명절을 맞아 공항에서 준비한 특별 이벤트였다.

묘기대행진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뒤늦게 갔으므로 두 가지만 구경했다.     


 20대 청년이 단상 위에서 땀을 흘리며 묘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지름이 50cm 정도 되는 플라스틱 원반을 검지 손가락 끝에 올려놓고 위치를 옮겨가며 원반을 돌리고 있었다. 그 큰 원반이 손가락 끝에서 떨어지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웃음 띤 얼굴의 청년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는데도 아슬아슬 떨어지지 않고 돌아간다. 관중들은 “와~와~”하며 박수를 치며 신기해했다.      

 


 공연자가 관중석에서 초등학교 1학년이나 되어 보이는 여자 어린이를 불러냈다. 자신이 한 것처럼 검지손가락을 머리 위로 올려서 움직이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는 지름이 30cm 정도 되는 원반을 얹고 돌렸다.  여자 어린이가 꼼짝하지 않고 반듯하게 서 있으니 원반은 어른 아이 구별하지 않고 잘도 돌아갔다. 관중들은 어린아이의 영특함에 더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여자 어린이는 작은 선물까지 받았다. 아이는 좋아서 공연자와 하이파이브까지 하고 엄마에게로 달려 들어갔다. 그것을 본 다른 어른이 자원해서 나왔다. 앞에서 한 본보기대로 실행했다. 웃음이 터져서인지 손가락이 움직이자 원반이 떨어지고 말았다. 관중석은 애석함을 모아 “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다음 묘기는 가로 놓인 원통 위에 판자를 놓고 그 위에서 하는 묘기였다.

무대 위 중앙에 높이가 1m 정도 되고 가로 세로 50cm 정도 되는 장방형 책상 위에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쇠로 된 원통을 가로로 올려놓았다. 원통 위에 다시 네모 나무판을 올려놓았다. 나무판 위에 묘기를 부리는 청년이 올라서기를 시도한다. 원통에 의해 굴러 떨어질까 봐 한 번에 서지 못하고 좌우로 기우뚱거렸다. 한발 한발 조심해서 옮기며 중심을 잡아갔다. 청년은 흔들흔들거리고 관중들은 불안해서 “어, 어”하며 가슴을 졸였다.      



 청년은 호흡을 고르며 힘조절하고 균형을 잡느라 심혈을 기울이는 눈치였다.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원통 위 나무판자 위에 팔을 벌리고 거뜬하게 섰다.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관중들은 긴장의 끈을 풀어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힘을 다해 격려 박수를 보냈다. 청년은 중심을 든든히 한 후 긴장과 여유의 밀당을 이어가며 몇 가지 묘기를 거뜬히 선보였다. 볼링핀 세 개를 떨어트리지 않고 양손으로 던지고 받으며 저글링을 했다. 관중들은 “와, 와”하며 아낌없는 박수로 환호했다. 평지에서도 하기 힘든 묘기를 원통위 판자에 서서 이어가는 젊은이가 그날 우리나라 홍보대사였다. 외국사람들도 엄지척을 들어올리며 칭찬을 보냈다.

우리가 이벤트에 늦게 합류해서 두 파트 묘기로 관람이 끝나 아쉬움의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묘기대행진을 되새김질하니 우리 삶이 겹쳐졌다.     

묘기대행진은 결국 ‘중심 잡기’였다.

손가락 끝에 올려진 원반도 손가락 끝이라는 중심에 의지해서 신나게 돌고 돌았다. 꼬마 어린이도 처음에 다른 사람이 잡아 주었지만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버틴 힘은 자기 의지였다. 실패한 아저씨는 잠시 웃느라 중심을 놓쳤기 때문이다. 돌고 도는 세상살이도 순간순간 중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찔끔했다.      

 


 원통 위에 놓인 판자 위에서 묘기부리기도 원동력은 중심 잡기였다.

원통 위 판자에서 까딱 잘못하다가는 굴러 떨어진다. 단번에 일어서지 못하고 몇 번이고 좌우에 힘을 견주면서 조심조심 일어서는 청년의 모습은 진지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듯이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아야 일어설 수 있었다. 볼링핀 져글링도 중심 잡지 않고서야 꿈도 못 꿀 묘기였다.          

 



 우리 삶도 순간순간 중심 잡기가 핵심이리라.

여유를 부리는 중에도 중심을 놓치지는 말아야 엉뚱한 대로 굴러 떨어지지 않는다. 내 삶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내가 잡아야 하리라. 관중석에서 아무리 애를 태우고 응원을 해주어도 정작 중심을 잡고 있는 일은 내 몫이리라. 수시로 불안해하는 내 마음도 중심의 흔들거림이리라. 그 젊은이도 하루아침에 중심 잡기가 되지는 않았겠지. 수없이 떨어지고 다치고 상처도 입었을 비하인드가 눈에 선하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으리라. 대견스러움과 애잔함이 가슴에 차올랐다. 성공한 묘기에 두 팔 벌리고 뿌듯해하던 젊은이 삶에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중심 잘 잡고 있니?’ 자문해 보았다.

선듯 대답하지 못했다. 묘기의 잔상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중심을 잡고 나서야 환하게 웃으며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훔쳐내던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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