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들어 하늘을 보며

~ 구름이 된 천사들 ~

by 강신옥

추석 명절 연휴가 끝나던 날, 막내 제부가 하늘나라로 갔다. 평소에 지병이 있었지만 이렇게 훌쩍 떠나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응급실에 와 있다는 연락을 받고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마지막을 준비하라는 선고를 받았다. 늘 죽음은 멀리 있다고 생각했는데 삶과 죽음은 맞닿아 있었다.


제부는 한의사였다. 자기 삶의 터전이었던 한의원도 그대로 있고, 모든 의료기구들은 그대로 있는데 일하던 한 사람만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 잘 돌아가고 사람들은 즐거운 명절 연휴라고 오고 가고 북적이는데, 우리들에겐 세상이 멈춰버린 것이었다.


평소에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제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 죽는 날까지 진료를 하겠다.”라고…….

말이 씨가 되었는지 그는 정말 세상을 떠나기 전날까지 한의원 원장으로 진료를 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는 5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마감했다. 남편과 한의원을 함께한 동생은 말했다.

“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함께 있었기에 다른 부부보다 두 배로 함께 살았으니 100세를 함께 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듣는 이마다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눈시울이 붉어지게 했다.


막내 제부를 하늘공원이라는 추모공원에 안치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모두 몸은 차에 실었지만 눈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따라 가을 하늘은 너무나 청명했다. 은빛 흰 구름은 훠이 훠이 자유로이 하늘을 흘러 다니고 있었다.


하늘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흰 구름과 함께 마음은 하늘을 누비며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다. 드넓은 하늘에다 우리의 먹먹한 가슴을 풀어놓았다. 두둥실 떠 있는 흰 구름에 마음을 실었다.


도로를 달리는 차가 하늘을 떠다니는 착각에 마음이 허허로우면서도 가벼워지고 있었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서 만든 별 것 아닌 구름이 울먹이는 우리를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긴장했던 마음들이 구름 따라 이런저런 모양으로 움직이며 여유를 찾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슬픈 날도 우리에겐 눈만 들면 슬픔을 받아줄 아름다운 하늘이 있었다. 무거운 마음 내려놓고 우리를 두둥실 띄워줄 구름도 있었다. 아무 모양도 아닌 구름이 이리도 아름다운 것은 하늘에 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청명한 가을 하늘이기에 슬픔을 닦아내고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워주기에 더없이 좋았다.


하늘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넉넉한 품이 되어주는 하늘이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기 그지없었다. 바라보는 그 누구도 거부하지 않고 그 마음 가득 맑고 푸른 하늘을 드리워주는 하늘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힘이 될 줄이야. 하늘을 향해 저절로 감사가 올라갔다.


하늘은 우리 마음에게 구름으로 응답했다. 은빛 솜털 구름으로 멍든 가슴을 어루만져주었다. 구름은 시시각각 변하는 갖가지 모양으로 재롱을 피우며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자 했다.


하늘은 구름으로 그림을 그려주었다. 모든 짐을 내려놓았기에 먼지처럼 가벼워져서 하늘까지 높이 떠오른 구름이 온갖 다채로운 그림을 전시해 주었다. 어느 곳에는 시내처럼 자유롭게 흐르며 우리에게 여유를 안겨주기도 했다.



우리 모두 세상을 살다 마지막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벼워져서 하늘로 가는 구름과 같을 것이다. 아무 모양도 아니지만 아름다운 구름처럼, 아름다운 영혼이 되어 하늘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막내 제부도 짧은 생애였지만 이 세상에서의 고단한 삶을 모두 내려놓고 가벼워진 영혼으로 구름이 되어 두둥실 하늘을 산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막내 제부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도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가 온 것 같다. 슬플 때도 우리에겐 바라볼 하늘이 있었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 모양도 아니지만 하늘에 있기에 아름다운 구름처럼, 아름다운 영혼은 하늘로 갈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게 되었다. 하늘을 바라보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했다.



집에 돌아왔다. 멈추었던 일상을 다시 시작하려고 브런치를 열었다. 브런치 피드에는 읽지 못한 새 글들이 수두룩 쌓였다. 그동안 평소대로 일상을 계속할 수 있어 글을 쓴 작가님들이 부럽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지금부터 올라오는 글들을 읽기로 했다.


이 가을, 눈을 들어 하늘을 자주자주 보고 싶다.

왠지 내 영혼이 청명한 가을 하늘을 닮을 것 같아서…….



‖ 커버이미지와 이미지 : https : // pixabay. 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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