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첫 출근

~ 걱정을 즐거운 노래로 바꾸어 준 천사 ~

by 강신옥

다시 첫 출근을 했다. 기간제 음악 교사였다. 퇴직을 하고 나니 현직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뒤늦게야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아이들 곁에 있을 때에야 느낄 수 있었던 내 삶의 의미, 음악에 대한 즐거운 추억이 나를 다시 학교로 끌어당겼다. 퇴직을 하고 다시 돌아온 첫 출근이었다.


막상, 출근길에 오르니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삼십여 년 전, 세상 물정 모른 채 의욕에 넘쳐 당당했던 신규교사 때 첫 출근도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아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교실에 들어서던 지난날의 첫 출근이 이젠 화려한 추억이 되었다.

이젠 나를 보고 할머니라고 놀리지는 않을까. 컴퓨터 업무능력이 떨어져서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까. 학교 상황을 훤히 아는 만큼 이런저런 걱정에 불안했다. 경력에 못 미치는 실수를 할까 두렵기도 했다.

교감 선생님의 안내로 교장실에 들어갔다. 움찔했다. 공사장을 서성이며 아이들 등교지도를 하던 분이 교장 선생님이었다. 공사업체 관리자로 짐작하고 지나쳤던 분이었다. 나의 해명에 교장선생님은 너털웃음으로 화답했으나 첫인상부터 구겨진 것은 아닌지 낭패감이 들었다.


간단한 대면을 끝내고 내가 수업 할 음악실로 갔다. 교실을 둘러보았다. 아주 잘 치지는 못 해도 나의 수업에 꼭 있길 바랐던 소중한 파트너, 피아노가 있었다. 반가웠다. 피아노에 앉은 먼지를 닦고 뚜껑을 열었다. 건반을 차례로 점검했다. 쓰지 않고 방치한 지가 오래된 듯했다. 소리가 나지 않는 건반, 아예 주저앉아버린 건반등, 상태가 심각했다. 당황스러웠다. 당장 내일부터 수업을 해야 하는데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오자마자 요구사항부터 내놓기가 눈치가 보였다. 첫 수업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에 난감했다. 이러쿵저러쿵 할 것 없이 개인 사비로라도 조율사를 불러 당장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교실을 정리하면서도 머릿속은 피아노 조율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일단 내일 수업에 쓸 악보를 복사하려고 교무실로 갔다. 마침 교장선생님이 계셨다. 아침에 한 실수가 떠올라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교무실을 나오려는데 교장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필요한 학습 자료나 애로사항 있으면 언제든지 어려워말고 말씀하세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목까지 차올라 있던 피아노 조율 이야기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교장선생님은 흔쾌히 조율해주겠다고 하셨다. 당장 해결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결재가 나고 조율이 되기까지는 며칠이 걸릴 것이라 짐작했다.


너무 뜻밖이었다. 교장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인터폰으로 행정실장을 불렀다. 그리고 내일부터 수업을 해야 하니 지금 당장 조율사를 알아보고 해결해주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감동으로 가슴이 떨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교장선생님은 말씀하시면서 손수 커피를 타 주셨다. 나이 들어서 다시 돌아온 첫 출근의 불안과 두려움이 커피의 따스한 온기와 부드러운 향기에 녹아지고 있었다.

바로 그날 오후, 피아노 조율사가 왔다. 이렇게 빨리 해결이 되다니 꿈만 같았다. 조율사는 요즘 피아노로 음악 수업하는 분이 드물어서 학교에서 피아노 수리 부탁이 드물다고 하셨다.


퇴근하기 전 직원회의 시간. 교장선생님은 나를 소개했다.

“피아노를 치면서 음악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앞으로 피아노에 맞춰 부르는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학교에 울려 퍼지길 기대합니다.”


다시 돌아온 첫 출근!

즐거운 음악시간을 기대했지만 막상 나이 들어서 돌아오니 불안하고 두려윘던 첫 출근이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 따뜻한 배려가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애로사항을 건성으로 듣지 않고 바로 해결해 준 것이 움츠렸던 마음을 활짝 펴 주었다.

첫 출근에서 퍼올린 마중물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음악시간으로 이어졌다. 수업이 끝난 빈 교실에서도 혼자 미소 지을 때가 많았다 . 복도를 오가며 그날 배운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장단을 맞추느라…….


- 2019년 2월 월간 <좋은 생각> 특집 "다시 울리는 노랫소리"의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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