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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Sep 01. 2020

글로 감정을 표현해 보라

(사별의 치유와 회복 2)

“하늘씨는 아직도 먼저 떠난 아내에게 가끔 편지를 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작별 인사 한마디도 제대로 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항상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노트를 한권 골라 아내가 읽어 주기를 바라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비록 일방적인 대화인 셈이지만,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는 억눌렸던 감정을 표현하고 아내와 소통하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뒤틀렸던 격한 감정이 누그러지고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감정이 요동칠 때면 글을 쓰는 것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아내에게 글을 쓰면 아내와 자신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비록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그는 글을 통해 아내를 만난다고 생각했다.”

글쓰기에는 치유의 능력이 있다. 본인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감정적·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삶을 살게 도와준다는 의학적 증거도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상처받은 사건에 대해 글을 쓰게 되면 생각이 더 건강해지고 기분이 전환된다. 글을 쓰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슬픔과 상실에 대해 글을 쓰면 감정이 더 격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을 다 마무리하고 나면 훨씬 마음이 편안해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는 상실의 슬픔에 빠져 있는 당신에게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글 쓰는 재주가 없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사별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나의 배우자만 (하늘에서) 읽을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내가 글재주가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재미있게 글이 전개되어야 할 필요도 없고, 문법이나 문장구조 따위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그냥 현재의 내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는 대로 편하게 글을 쓰면 된다. 특히 자기감정을 남에게 털어놓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나만의 글쓰기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 달리, 글쓰기가 힘들지 않은 사별자라면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권하고 싶다. SNS(특히 사별 카페)는 나의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개인적인 일상에 관한 글이어도 좋고, 먼저 떠난 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이어도 좋다. 실제로 사별 카페에는 이러한 글들과 더불어 사진 중심의 짧은 글이나 음악 링크 글 같은 다양한 형태의 글들이 올라온다. 글을 통한 대화는 직접적인 대화보다 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더 쉽게 자신의 마음을 터놓게 될 수 있다.


사별자들은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다른 누군가와 공감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고 “나는 당신의 상황을 알고 당신의 기분을 이해한다.”라고만 말해주어도 좋은 위로가 되고 용기를 얻게 된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고 누군가 나에게 공감해주고 나를 지지해 준다는 느낌은 사별의 아픔을 이겨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글을 쓰는 것보다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소통하고 위로를 받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쓰기는 그 나름의 큰 장점이 있다. 대화는 주고받으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서, 또 상대방의 상황에 따라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토해내기가 쉽지 않다. 상대에 의해 나의 말이 중간에 중단되어 질 수도 있고, 상대방의 말도 들어주어야 하므로 이야기의 주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글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계속 고쳐 쓸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핵심에 집중할 수가 있다. 그리고 방해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말을 온전히 다 할 수가 있다. 글쓰기는 타인의 도움 없이 나의 감정을 내가 원하는 때에 나의 마음대로 표출할 수 있게 해준다.


사별로 인한 슬픔과 분노가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지만, 그것을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꽁꽁 감싸고 살고 있다면 글쓰기를 통해 치유를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글쓰기는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버릴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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