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의 치유와 회복 3
적당한 수준의 육체 활동은 신체적인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정신적으로도 안정감을 준다. 몸과 마음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마음의 상태는 몸으로 드러나고 몸의 상태는 마음의 상태에 영향을 준다. 사별 초기에는 마음속에 가득 찬 슬픔과 원망으로 인해 육체적인 활동을 멀리하기 쉽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려워진다. 주변의 사별자들을 보면 한 가지 패턴이 발견되는데, 그것은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 사별의 아픔을 더 잘 극복해 나간다는 것이다.
극심한 슬픔은 육체적인 에너지도 고갈시켜 버린다. 그런데 육체적으로 무기력한 삶을 살 게 되면 정신적으로도 힘이 나지 않고 우울해지기 쉽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육체적인 활동을 더 싫어하게 되고 우울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증폭된다. 하지만 적절한 육체 활동을 하게 되면 정신적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행복감은 증진된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줄 수 있는 산책이나 운동 같은 육체 활동에서 상당한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최인철, 굿 라이프). 즉,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우리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규칙적인 운동은 불안과 걱정을 줄여주고 우울감을 감소시켜 우울증 치료제와 동일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단지 한 주에 한 시간만 하는 운동도 운동을 전혀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된다.
물론 마음이 심란한 상태에서 육체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몸도 마음도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운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간단한 걷기 정도는 누구에게나 무난하리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주변의 조용한 공원이나 활기찬 시장 같은 곳을 30분 정도 걷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게 무슨 운동 효과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일단 육체 활동이 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경험하고 운동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했다면, 승패를 가르는 격렬한 운동 경기에 참여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러한 운동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고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을 한 곳에 몰입하게 해 준다. 승부욕이 발동하면 흥미와 재미도 상당하기 때문에 쉽게 집중해서 즐길 수가 있다. 그리고 적어도 운동을 하는 동안은 슬픔에 빠져 들 겨를이 없기 때문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쉼을 가질 수 있다. 운동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몸과 마음이 모두 더 건강해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기 싫거나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등산이나 가벼운 둘레길 트레킹을 하는 것도 좋다. 숲 속을 걷는 것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슬픔 가운데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사별 초기에는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끊임없이 밀려든다. 기분을 전환해서 행복한 감정을 만들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감정은 내 생각만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보라. 걷거나 뛰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전환될 수 있다. 감정을 갑자기 바꾸는 것보다는 행동을 바꾸는 것이 훨씬 쉽고 행동이 바뀌면 감정도 바뀐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로 인해 마음이 괴롭다면 막연히 기분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육체적인 활동을 늘려 보라. 조금씩 당신의 마음도 밝아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