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의 치유와 회복 1)
사별 후 우리를 가장 외롭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아무도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으리란 생각일 것이다. 배우자의 사별로 인해 갑자기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느낌과 복잡한 감정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도와주려고 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어도 감정적 연대가 부족한 그들의 위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본의 아니게 주위로부터 고립되기 쉽고 그 고립감은 사별의 슬픔을 더욱 깊게 만드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사별 후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서적으로 좋지 않다. 이 시기에는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하면서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별자를 만나보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혼자서 사별의 아픔과 소외감을 견디기보다는 용기를 내어 다른 사별자들을 만나보라. 비록 낯선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당신이 겪은 아픔과 같은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쉽게 당신을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먼저 사별한 사람들 중에는 그 힘든 시기를 잘 견디고 이겨 낸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들은 나의 괴로움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또 그러하기에 다른 사별자들이 다가간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한다. 당신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라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별자들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이에도 쉽게 친밀감을 느끼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된다. 당신도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다른 사별자들을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가까운 지인들 중 친분이 있는 사별자가 있다면 그들과 마음을 터놓고 교제를 나누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병원이나 종교 및 특정 단체에서 운영하는 사별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 사별자들을 만날 수 있다. 또 특별한 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되지는 않지만,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사별카페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특히 당신이 낯선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것을 꺼려하거나 신분을 노출하고 싶지 않다면 온라인 사별 카페에서 글을 통해 다른 사별자들을 만나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온라인 사별 카페에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다. 사별초기의 극심한 슬픔, 비틀린 감정과 생각, 사별 후 달라진 사소한 일상과 관계에 대한 고민부터 육아와 취업, 법적인 문제 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묻고 답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엔 가장 적절한 조언을 얻을 수도 있다. 수시로 카페에 글을 올리고 소통하며 자신의 슬픔을 극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저 동시대에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글을 읽고 연대감을 느끼는 것만으로 슬픔과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위로를 얻는 사람도 있다.
혹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별 카페에서 무수히 많은 사연과 아픔을 읽다보면 아마도 그 생각이 바뀔 것이다. 당신 주변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가 드물 수 있지만 사별 카페의 모두는 사랑하는 이를 잃었고, 그들 중의 일부는 당신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혼자 남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꽃보다 아름다운 이들을 본다면 당신은 자신의 삶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잘 조직된 사별카페에는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모임이 있다. 등산이나 독서토론, 영화 관람이나 콘서트를 같이 하는 모임도 있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캠핑이나 여행 등 여러 소모임이 있으니 자신이 원하는 모임에 참여하여 다른 사별자들을 직접 만나볼 수도 있다. 소 모임 활동을 통해 동병상련의 좋은 친구나 선후배를 만나 교제할 수 있다면 사별 후 너무 우울해지거나 감정이 격동할 때 그런 마음을 토로하고 이해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별자의 조언이 필요한 고민에 대해서도 터놓고 의논할 수도 있으니 큰 위로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사별자라고 해서 모두 다 슬픔과 위로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과 악이 혼재된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선과 악은 분리하기 어렵게 뒤섞여 있을 수 있다. 사별 후 개인의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고, 외롭고 약해진 마음을 악용하는 사람도 더러 있으니 동병상련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도 신중해야하며 개인적인 교제보다는 단체 속에서 천천히 친분을 쌓아가길 권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 말이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인간은 귀속 본능이 있어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에 소속되고 싶어 하며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별을 하게 되면 가장 소중하고 사랑했던 가정이라는 공동체부터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배우자의 부재로 인해 기존에 소속되어 있던 부부 중심의 친구 모임, 각종 동호회 모임에도 금이 가게 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사별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이전에 속해 있던 공동체에서 즐겁고 편안한 느낌을 갖기가 힘들어진다. 기존의 공동체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갖기 힘들어지면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가는 기분이 들고 소외감과 외로움은 자꾸 커지게 된다. 그래서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별자들과의 만남과 모임이 필요할 수 있다. 마음이 통하는 사별자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모임에 소속감을 갖게 되면 외롭고 불안했던 마음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다른 사별자들을 만나 보라. 당신은 분명 따뜻한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