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이야기는 거짓말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순수 앞에서
둘만의 이야기는 거짓말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순수 앞에서
소위
그해 가을이었습니다
제법 차가워진 강바람에 잔털이 오소소 일어나는 해질 무렵
반딧불이 한 마리가 그녀 곁으로 날아들었습니다
그녀는 허공에 양손을 동그랗게 만들어
반딧불이 둘레를 소중히 감쌌습니다
환한 빛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뚫고 나왔고
마주 서 있는 그는
눈이 부셨는지 살짝 눈을 찡그렸습니다
반딧불이는 깨끗한 곳에서만 살 수 있대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강물은 이미 검었고 수풀은 스산하고 비밀스러웠습니다
'이제 그만하면 됐어'
반딧불이가 온몸을 떨자 그녀는 손을 벌렸고
그녀 밖으로 날아갔습니다
멀리 가는가 싶더니 되돌아와
그와 그녀 곁을 찬찬히 맴돌았습니다
그들에겐 증인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둘만의 이야기는 언제나처럼 거짓말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반딧불이 빛에 비친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지나간 가을과 돌아올 가을이 다시는 마주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는 눈빛이었습니다
그 무렵 강가에서는
몇몇의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했고
이별을 다짐했습니다
깨끗하지 않은 곳에선 살 수 없는
순수 앞에서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