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라고 하기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 돌아서면 꿈처럼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 같은 일. 너무 놀라서 얼음처럼 그 자리에 꽁꽁 얼어붙게 되는 일. 우린 그런 일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정말로그랬어요? 정말로?
간절히 바라던 일들이 이루어졌을 때 놀라움과 감격에 빠져 그것이진짜 진실인지를 묻게 된다. 반대로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때에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되묻는다. 정말로그랬어요? 하지만 살다 보면 이런 일들은 꼭일어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순간의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우리는 '정말로'란 부사에 꾹꾹 눌러 담고 '그것이진실이기를 혹은 거짓이기를' 간절히바라며기도하듯 말한다. '정말로?' 도무지 현실 같지 않아서 뺨을 때리고 허벅지를 꼬집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것이 '정말로' 인생인 것이다.
며칠 전 오후, 낯선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평소 같았으면 받지 않았을 테지만 그날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전화를 받아 보았다.
순간 나는 소리를 지르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상대는 여러 번 겪어 본 일인지 웃으면서 온화하게 할 말을 이어갔다. 요는 신문에 실을 당선소감과 사진, 당선작 원고 등을 보내달라는 얘기였다. 전화를 끊고 나자 갑자기 날카로운 칼날에 가슴이 찔린 듯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기쁘다기보다는 충격과 고통에 휩싸여 버렸다. 정말이지 한참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게 정말로 현실이란 말인가!
믿기지 않는 일이 정말로 일어난 것이다. 그 순간의 복잡한 심정을 나는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너무 놀란 나머지 위경련이 일어나 꼬박 하루를 앓았다. 천재지변 같던 하루가 지나고 제정신이 돌아올 즈음에야 나는 비로소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 내가 정말로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구나.
블로그에 책 리뷰를 써서 올리기 시작한 게 작년 여름이었다. 그것이 발단이 되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올봄에는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좀 더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사실 소설은 블로그에 올린 짤막한 글 하나가 계기가 되어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생애 첫 소설은 블로그와 브런치에 '오후의 라테 숨'이란 제목으로 연재했다. 그리고 올가을 전북대학교 책 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오후 세 시의 행복'을 완성했다. 이 소설은작품집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소설이 좋았다. 그냥 막 끌렸다. 이후로 나는 혼자서 소설을 습작하기 시작했다. 몇 개월이 지나자 내 컴퓨터 안에는 총 세 편의 단편소설이 탄생했다. 썼으니 어디에라도 보내봐야지 싶어 세 군데의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것이다.
국어교육과 출신이긴 하지만 문예창작과가 아니기에 소설 쓰기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소설에 대한 열망이 늦바람처럼 불어왔을 뿐 나는 애송이작가에 불과했다. 작품을 응모하면서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이 올라왔다. 우체국에서 봉투를 부칠 때 직원의 눈을 쳐다보는 것마저 민망하게 느껴졌다.중앙지는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내고지방지 세 군데에만 응모를 했다. 그저 내가 소설을 완성해 냈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했다. 생전처음 신춘문예 공모전에 작품을 보내며내가 나를 격려했다. '어디까지나 경험을 쌓는 거야.'라면서. 정말로 그랬다. 무언가를 바라기엔 나는 너무 보잘것없었다. 그런데 당선이라니! 이건 믿기지 않는 일이고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전화를 받고도 모든 게 갑자기 없었던 일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어 가족들에게알리지도못했다. 당선소감까지 써서 신문사에 보내면서도 여전히 하루아침의 꿈은 아닐까 싶어 불안했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정말로?'란 물음이 반복되었다. 언론에 발표가 난 후에야 모든 게 진짜 사실이 되었다. 나는 소설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글쓰기를 운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껏 내가 해온 노력에 비해 그 성과가 너무 커서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것이 믿기지 않고여전히 부끄럽고 미치도록 부담스럽다.
글쓰기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척박한 글밭에 씨앗을 처음 뿌려준 것은 블로그였다. 글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이 되어 준 것은 브런치였다. 그리고 열매를 맺기까지 '햇살과 단비'가 되어 준 것은 단연코 사람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블로그 이웃과 브런치 작가님들. 한결같이 응원해 주었던 그 선한 마음들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었다.
스스로 아무런 재능이 없다고 좌절할 때 꼭 글을 쓰라고 격려해 준 분, 블로그에지쳐갈 때 브런치에 가면 빛을 발할 거라며 조언해 준 분, 글쓰기에숨이 턱턱 막힐 때 공모전에 도전해보라며 새로운 자극을 준 분,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될 거라며 언제나지지해 준 분. 그리고 내게 소설을 써 보라고 권유해 준 분. 그분들의 믿음과 응원이 있었기에 이 상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감사하다.
올해 나는 책을 내겠다는 목표 옆에 새로운 목표 하나를 더 얹었다. 소설을 아주 열심히 많이 쓸 계획이다. 지금눈앞에 열린 문 뒤에 또 다른 문이 있다는 걸 알기에 걷기를 멈출 수는 없다. 앞으로도글과 함께 하얀 밤들을 지새우며 울어야겠지만 행복하다. 글을 쓰면서부터 '인생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글 속에 숨은 나를 찾아가는 이 길이 설레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