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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위 Jan 06. 2024

아직, 망설이고만 있나요?

세월은 흐르고 우리는 낡아간다.

아직

 - 어떤 일이나 상태 또는 어떻게 되기까지 시간이 더 지나야 함을 나타내거나, 어떤 일이나 상태가 끝나지 아니하고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


'아직' 하면 나는 이 노래 가사저절로 떠오른다. '세월이 흘러가면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 그러게나 말이다. 어느새 세월은 나도 모르게 이만큼 흘러갔다. 삼십 대까지는 세월이 흘러가는 것도 몰랐고 어디로 가는지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막연한 인생을 손에 쥐어보려고 아등바등하다가 사십 대가 되었다. 너무나 바쁘고 해야 할 일만 많은 게 인생이라고 한탄하다 보니 어느새 오십을 코앞에 두고 있다.  나는 노래 가사처럼 흐르는 세월 앞에선 아직도 무지한 어린애일 뿐이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다는 건 '아직' 더 살아갈 날들이 남아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잘 알든 모르든 이제는 남은 생을 의식하고 살아야 할 나이가 된 것이다.


'아직'에는 상반된 두 가지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무언가를 이루려면 혹은 어딘가에 닿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긍정의 '아직'과 여전히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일 뿐이라는 부정의 '아직'이 그것이다. 조금만 있음 알게 되고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건 어린 시절에나 가능한 '아직'이었다. '아직, 나는 모르잖아요.'라고 말해도 당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을 어느 정도 흘려보낸 나이 든 어른들에겐 여전히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모습에 대한 질책의 '아직'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대여,

아직, 망설이고만 있나?




사실 도전은 어느 나이에서나 옳다. 젊은이라면 도전을 통해 삶을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시간이 넉넉하니 도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이 든 사람은 남아 있는 삶의 시간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기에 역시나 전을 주저할 여유가 없다. 그러니 아직 때가 아니라거나 아직 모른다면서 망설일 는 없. 지금 이 순간에도 세월은 빈틈없이 흘러가고 있으니까!


나의 삶에선 도전의 역사가 반복되어 왔다. 때로는 무모함에 많은 것들을 잃었고 상처도 받았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내 인생의 시계침은 1도 정도 돌아갔다. 1도? 우스운 그 1도가 긴 세월흐르고 나면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곤 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나는 글을 쓰기는커녕 노트에 아홉 글자로 된 한마디 소원을 매일매일 적었다. 정말로 딱 한마디를 백 번씩 썼다. 노트 한 권을 채우고 두 번째 노트를 채울 때까지도 그 일은 반복되었다. 그것이 어느 날 감사일기가 되었고 갑자기 블로그 포스팅으로 변했고 브런치 에세이가 되었다. 어느 날엔 시가 되고 소설도 되었다. 어찌 보면 그때 내가 돌린 단 1도의 시계침 등단작가라는 믿어지지 않는 결과로 이끈 것이었다.


도전은 거창하지 않았다. 물론 극단적 성향이 강한 나는 이따금 큰 일을 저질러버리기도 하지만 도전을 가볍게 '시도' 정도로만 바꾸어도 인생의 1도를 바꾸는 데는 충분할 것이다. 어떤 일이든 한달음에 이룰 수는 없지 않은가? 때로는 이루고 싶거나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아예 없거나 모를 수도 있다. 그냥 아주 작은 걸음들을 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놀라운 변화맞이하되는 것뿐이다. 그것은 시계침이 3시에 이르렀을 때일 수도 있고 9시에 이르렀을 때일 수도 있다. 언제일지 알 수 없으니 사는 동안 걸음을 멈출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이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것이야말로 영원히 그때를 오지 않게 만드는 어리석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진짜 좋은 때란 마음에 파동이 일어난 순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외부의 여건이나 환경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아주 작은 찰나일지라도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는 힘! 그리하여 '아직'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에서 모든 변화는 시작된다.


'비록 늙더라도 낡지는 마라.'라는 말이 있다. 세월이 흘러가면 우리의 몸은 늙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생이 늙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낡지만 않는다면 남은 생은 늘 새로울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믿기에 낡아가지 않기 위해 오늘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으려 한다.


그대여

아직, 망설이고만 있나요?


출처  무아

#아직

#부사

#공감에세이

#늙더라도 낡지 마라

#도전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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