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면 일어서는 것밖에 할 게 없다.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by 소위 김하진

오늘 <전주시 독서대전> '올해의 책' 최종 후보 선정 결과가 나왔다. 최종 후보에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는 없었다. 도전에 실패한 것이다. 1단계에 시민들의 추천을 받는 과정이 있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전주시독서대전> '올해의 책'에 대해 홍보를 했고 많은 분들이 행사에 동참해 주었다. 시민들의 추천 결과는 감사하게도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가 1등이었다. 백팔십여 명이 넘는 분들이 직접 추천해 주었다. 추천서를 써야 해서 번거로운 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따듯한 마음으로 힘을 보태 주었다. (추천해 주신 분들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고요.)


하지만 오늘 최종 후보 결과를 보니 추천 과정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내 책 말고도 추천 상위권에 올랐던 책들이 있었는데, 그중 어떤 것도 최종 후보가 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1단계에선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책이 선정되기도 했다. 12권의 선정작들 7권이 추천한 사람이 단 한 명이었다. 두세 명이 추천한 책도 3권이었다. 그럴 거면 왜 굳이 시민들의 추천을 받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부턴 시민의 추천 과정을 생략해 버리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내 책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어야 할 만큼 훌륭한 책이라는 건 아니다. 나 역시 그런 행사에서 관심을 가져줄 만큼 유명한 작가가 아니다. 하지만 추천을 가장 많이 받았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던 것이다.

'혹시라도 기회를 주지 않을까? 아무리 무명작가라도 말이야.'

게다가 전주 지역 거주 작가로서 <전주시독서대전>에 참여하고픈 간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것이었다.


한편으론 이런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세상사 모든 일이 알 수 없는 논리에 의해 흘러가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 그리고 오늘 다시 한번 더 깨달았을 뿐이다. 내 이름이나 내 책을 알리기 위해 혼자서 발버둥 치고 노력하는 것은 생각보다 그 힘이 미미하다는 것을. 물론 무명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하는 작은 몸부림이 가치 없는 일은 아니다. 그로 인해 정말로 내 이름을 알아주고 내 책을 읽어 주는 소중한 독자들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내가 한 모든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제는 스스로 더 많이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이 출간되자마자였다. 누군가 책을 서점에 직접 가져다주며 홍보해 보라고 했다. 호기로운 마음으로 지역에 있는 북카페에 책과 편지를 들고 찾아갔다. 재고가 안 생길 책만 취급한다고 했다. 차가운 냉대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 내 책을 팔아주진 않더라도 그냥 조금만 따듯하게 격려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책을 사랑하고 작가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만이 책을 파는 건 아니었다. 그들도 돈을 버는 게 가장 큰 목적일 수 있다.(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 분들도 있다는 것일 뿐 오해는 마시고요. ㅠㅠ) 그 뻔한 사실조차 생각하지 못한 바보였던 것이다. 비로소 내 책을 홍보하겠다는 마음이 누군가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로 서점을 찾아가는 일은 접어 버렸다. 그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온라인상의 홍보만 했다. 아무에게도 직접적으로 부담을 주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사람들은 성공만을 이야기한다. 나 역시 성공한 것만 공개한다. 실패는 숨기거나 굳이 밝히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SNS에 전시되는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보며 좌절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진실은 대부분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한다는 사실이다. 나도 그렇다. 컴퓨터 안에 잠자고 있는 소설들 모두 여러 공모전에서 퇴짜 맞은 것들이다. 아무도 읽지 않았고 나 혼자 써서 나만 읽은 소설들이 먼지구덩이 속에서 잠자고 있다. 근데 사람들은 그걸 모를 뿐이다.


오늘 이렇게 부끄러운 고백을 하는 이유는 누구나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이다. 유명 작가들 중에는 실패를 많이 한 사람도 있고, 처음부터 천재적인 재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가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후자를 꿈꾸겠지만 그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다. 나는 실패하고 실패하고 그러다 한 번씩 성공한다. 확률적으로 실패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 누구나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알면서도 사람 마음이 그렇게 무 자르듯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을 뿐이다.


내 글이 더 좋고 내가 더 잘 되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 당연한 것이다. 속된 말로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말이 있다. 누구도 무시하지 않도록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다른 무엇도 아닌 오직 글로! 주저앉기보다 이를 악물어야 한다. 힘내자. 슬퍼도 울지 말자. 지난 동계 올림픽에서 두 번을 내리 넘어지는 최가온 선수를 보지 않았는가. 그 선수가 다시 일어나 3번째 도전을 할 때 아무도 성공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3번째엔 결국 성공했다. 3번 중에 2번을 실패하고 1번을 성공한 것일까? 아니다. 300번 아니 3,000번 중에 2,000번을 실패하고 1,000번을 성공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2,999번을 실패하고 1번을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뻔한 진리를 알면서도 우리는 자주 그것도 아주 깊이 좌절부터 한다.


다시 힘을 내려고 한다. 할 수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어차피 넘어지면 할 일은 일어서는 것뿐이다. 다른 건 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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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의 서재에서 '실버펜촉'이 된 김하진 작가의 초단편소설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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