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의, 것, 들'을 피해라
https://youtu.be/0RnxokL1nJ0?si=NPkncP3XjTkNe703
지난번 글까지 '작품이 되는 법 시리즈'의 '첫 문장의 힘, 시점의 힘, 묘사의 힘, 퇴고의 힘'을 다루었습니다. 네 권의 작법서를 통해 문학적인 글, 특히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해 깊이 있게 배워 보았습니다. 저는 이 책들을 공부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제 글쓰기와 소설 쓰기에 큰 도움이 된 책들입니다. 연재북을 함께 읽어 주신 분들에게도 부디 유익한 시간이 되었길 빕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법서의 글쓰기 이론에 저의 경험과 생각을 엮어서 연재북을 채워 나갈 예정입니다. 이번 주부터 다룰 책은 20년 넘게 단행본 교정 일을 하신 전문 편집자이자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신 작가 김정선 님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입니다. 이미 읽고 공부하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작가라면 꼭 알아두어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아주 유용하더군요. 이번 기회에 글을 쓰면서 자주 저지르는 실수들이 무엇인지 함께 확인하시고 고쳐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접미사 '-적'과 조사 '-의' 그리고 의존 명사 '것', 접미사 '-들'을 습관적으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표현을 무조건 다 빼 버릴 순 없겠지만, 지나치게 남발하는 건 문제입니다. 아래 예문을 살펴보면서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네모 박스 안에 있는 예문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에 나온 것들입니다.
1) '-적'을 쓴 표현
일본식 한자어 표현에서 유래한 '-적'은 문장을 딱딱하고 관념적으로 만듭니다. 명사와 명사를 직접 연결하면 문장이 훨씬 간결해집니다. '-적'을 빼도 말이 되면 무조건 빼도록 합니다.
사회적 현상, 경제적 문제, 정치적 세력, 국제적 관계, 혁명적 사상, 자유주의적 경향
-> 사회 현상, 경제 문제, 정치 세력, 국제 관계, 혁명 사상, 자유주의 경향
2) '-의'를 쓴 표현
'-의' 역시 일본식 표현이죠. 문맥상 소유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면 과감히 생략하는 게 더 우리말답습니다. 앞뒤 단어를 직접 잇거나, 문장 전체를 서술어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아래 예시의 '-의' 역시 없애는 게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음악 취향의 형성 시기
-> 음악 취향이 형성되는 시기
부모와의 화해가 우선이다.
-> 부모와 화해하는 일이 우선이다.
3) '것'을 쓴 표현
'~하는 것'은 문장을 간접적이고 모호하게 만듭니다. 주어나 목적어를 명확히 밝혀야 문장에 힘이 실립니다. '~하는 것이다'를 '~한다'로 바꾸어 보도록 합니다. '것' 대신 '바', '일', '경우' 등 구체적인 명사를 쓰거나 아예 생략하도록 합니다.
* 문장을 명사절로 만들어 그럴듯한 주어로 보이게 하기 위해 '것'을 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에 대한'까지 붙이면서요. 예시에서 볼 수 있듯 매우 부자연스러운 번역투의 문장입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 ->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것은 어린 시절부터였다. ->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
* 목적어를 만들기 위해 '것'을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굳이 '것'을 넣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죠.
인생이라는 것을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렵다면 -> 인생을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렵다면
* '것'을 여러 번 쓰는 경우도 어색합니다. 글에서 반복적인 표현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것이다 -> 상상은 즐거운 것이다. / 상상은 즐거운 일이다.
4) '들'을 쓴 표현
영어의 복수형 '-(e) s'를 의식한 표현입니다. 우리말에서는 문맥이나 수식어(모든, 여러, 수많은)만으로도 충분히 복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다수', '여러' 같은 단어가 앞에 있다면 뒤의 '-들'은 중복입니다. 한글 문서에 글을 쓸 때 '-들'이 붙은 단어에 빨간 밑줄이 나타나는 경우를 보셨을 겁니다. '모든'과 '-들'을 함께 쓰면 그렇게 되지요. 이미 복수형을 하고 있는데 '-들'을 중복하여 붙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물에는 가급적 '-들'을 붙이지 않는 것이 문장을 매끄럽게 만듭니다.
모든 아이들이 손에 꽃들을 들고 -> 모든 아이가 손에 꽃을 들고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학자들의 의무이다.
모든 아이들이 꽃을 들고 행사장 입구에 모이는 것을 보았다.
작가의 창의적인 사고 과정은 고통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다.
부모님의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은 모든 자녀들의 숙제다.
* 학자라면 마땅히 사회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
('~하는 것은 ~이다'라는 관념적인 문장 구조를 깨고, 주체(학자)가 해야 할 행동(분석해야 한다)을 직접 연결하여 문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적'을 삭제하고 명사와 명사를 직접 연결했습니다.)
* 모든 아이가 꽃을 들고 행사장 입구에 모였다.
('모든'이라는 단어가 이미 복수를 나타내므로 '-들'을 삭제해 중복을 피했습니다. 또한 '~하는 것을 보았다'는 식의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대상의 움직임 '모였다'에 집중했습니다.)
* 작가가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명사를 연결하는 '-의' 대신 주격 조사 '~가'를 사용하면 문장이 훨씬 역동적으로 변합니다. '사고 과정'보다 '사고하는 과정'이 동작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쓸데없는 표현인 '것'을 삭제했습니다.)
*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일은 모든 자녀의 숙제다.
('소중함'이라는 명사형 표현을 '얼마나 소중한지'라는 구절로 풀어써서 의미를 선명하게 만들고, '것' 대신 '일'이라는 구체적인 명사를 사용했습니다. '-들'의 중복 표현도 삭제했습니다.)
수정 전처럼 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 역시 번역투 문장을 사용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말은 서술어 중심으로 표현해야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고 의미가 선명하게 전달됩니다. 문학적인 글이나 비문학적인 글 둘 다 마찬가지입니다. '적, 의, 것, 들'이 들어간 문장이 많으면 가식적이고 관념적으로 느껴지니 조심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적, 의, 것, 들'의 과도한 쓰임을 살펴보셨는데요. 이번 기회에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되짚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 나오는 문장 퇴고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밀리의 서재 우수 작품상 수상작 <돈 워리>가 4월 13일 출간되었습니다.
4월 17일 소설 분야 3위에 올랐네요.
주간 베스트 10위 안에 선정되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밀리의 서재에서 읽고 평점과 리뷰 부탁드립니다.
https://short.millie.co.kr/gno7ik
https://youtu.be/7OqPpNK8lsQ?si=p_HUjMaRuWk65Nhb
*밀리의 서재 출간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인형수집가>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발행되었습니다.
제목은 '캐리어 속 아이'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읽고 밀어 주리 부탁드려요.
https://short.millie.co.kr/iyoaz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