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속닥거리고 있으면 남편은 부러우면서도 뿌듯한 눈길로 먼발치서 지켜보아준다. 아들과의 정서적 소통과 공감은 주로 엄마인 내 몫이기 때문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들이 하는 말에 놀라고 감동하는 순간들이 많다. 무심히 던지는 듯한 말 한마디 안에 놀라운 인생의 해답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살면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 하지만 생각들이 수많은 모래알처럼 서로 부딪히면서 손 안에서 스르르 빠져나갈 뿐 선명하게 잡히는 것은 하나도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 신기하게도 아주 간단하게 문제의 답을 찾을 때가 있다.
어른들은 인생을 한없이 복잡하게만 본다. 실타래를 푼다고 하면서 계속해서 더 헝클어 놓기도 한다. 애초에 인생은 뒤엉킨 실타래가 아닐지도 모른다. 8살짜리 아이가 바라보는 인생은 동그랗고 투명한 공 같다. 그 단순함과 투명함 속에 인생의 진짜 진리가 숨어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