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나
소위
너는 장난꾸러기 친구였어
'왜 자꾸 나만 쫓아오는 거야?'
이리 달리고 저리 달리며 한없이 도망쳐도
언제나 한자리에서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었지
너는 유일한 안식이었어.
갈 곳 없이 헤매던 밤중이면
짙은 어둠 아래로 가만히 내려와
나를 안고 눈물을 훔쳐 주었지
너는 달콤한 사기꾼이었어
청춘의 열기로 달떠 하릴없이 밤을 지새우노라면
너는 이제 자유라고, 세상은 이제 네 거라고
귓가에 대고 끊임없이 속삭여 주었지
너는 매서운 채찍이었어
고단함에 지쳐 감긴 눈을 뜨지 못할 때에도
너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조금만 더 견디라고
폭군처럼 무시무시하게 소리치곤 했었지
너는 찬란한 구원이었어
생명의 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세상에 홀로 버려진 이방인에게도
따듯한 피가 돌기 시작했지
이제
너는 조용히 하루씩 멀어져가고 있어
나는 조용히 하루씩 늙어가고만 있지
환한 빛으로 세상을 가득 채우던 보름달도
아스라이 스러져가며 부활을 기약하던 그믐달도
침묵한 채로 그저 미소만 짓고 있지
함께 잠들 시간인 거야
나는 네 곁에서 눈을 감겠지
너의 빛 속으로 스며들다 마침내 소멸할 거야
영원의 고요 속으로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