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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zabeth Kim Dec 21. 2023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자...

캐나다 공무원 은퇴를 감행하다

평범한 일상의 틀을 깨는 사건이 발생할 때가 있다. 


2020년 초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엔지니어링 분야의 국가자격증을 발급하는 전문협회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 해, 회사 시스템을 전면 변경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19와 회사 시스템 변경은 나의 삶과 커리어를 완전히 바꾸는 사건이 되었다. 


회사(OACETT) 동료들과

론칭된 회사 시스템은 거의 모든 직원들이 "쓰레기"라 부를 정도로 회사의 총체적인 골칫거리였다. 거의 매일 밤샘 작업과 잘못된 시스템으로 인해 엔지니어링 회원들이 직면한 문제 해결에 온 직원들이 2년간 혼신의 힘을 다했다. 끝이 나질 않을 것 같은 길을 가고 있었다. 사실 동료들에 따르면 2년이 더 지난 지금도 그 문제를 해결 중이라 한다. 


이에 더해, 팬데믹으로 인한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께서 아프신데도 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인들의 부모님 세 분이 돌아가셨고, 그들은 결국 한국으로 가지 못하고 그대로 가슴에 아픔과 상처를 갖고 남은 인생을 살게 되었다. 이민자의 삶을 사는 분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 


회사(OACETT) 동료들과

우리 부부는 이 두 상황에 대해 어떻게 극복할지 매일 토론했다. 부모님의 연로하신 연세와 건강은 우리의 관심사가 된지 오래다. 여기에, 나 자신의 고민도 있었다. 사실 20대 초반에 남편을 만나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해 아이 키우느라 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다니던 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좋은 직장이었다. 만족해하며 다니던 나의 마음에 회사의 뉴 시스템은 돌을 던진 사건이 되었고, 그 시스템으로 인해 나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몇 달에 걸쳐 진행된 토론 끝에 , 나의 한국행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한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선,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을 자주 보는 것이다. 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그리움과 죄책감을 숨기며 살아왔다. 또 하나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인지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남편이 은퇴하면 함께 여행하며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약간의 연금성 소득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찾아야 했다. 학교에 진학하여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찾기로 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팬데믹 후 급변하는 세계에 50을 넘긴 내가 이 시대를 잘 따라가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이제 한국에 온 지 1년 8개월이 넘었다. 처음 캐나다에 이민 갔던 시절이 자주 떠오른다. 캐나다에서 직장을 구하기 위해 힘쓰던 시간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되는지 고민했던 시절, 가정은 어떻게 챙기나 등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때를 돌아보며 나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다행히 3년을 계획했지만 그보다 훨씬 앞당겨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았다. 여기에는 또 한번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책을 집필한 일이었다. 책을 한권 출간하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에 가치와 의미를 두는 편이다. 배움과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하며 진솔하게 대화하며 글도 쓰고 싶다. 사람들의 인생에서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그러나, 막상 돌아가려니 마음이 많이 분주하다.  


나만의 여행기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하고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글을 쓰게 도와주는 일도 하고 싶다. 소통하는 일을 하며 창작에 대한 나의 열정을 쏟아내고 싶다. 여행작가라 하면 보통 자기의 여행기를 쓰지만, 거기에 더하여 다른 사람의 여행기도 함께 담고 싶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과 무엇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다. 이제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가 되는 꿈을 갖게 되었다. 


이채은(2020)이 정의한 디지털 노마드란, 꿈꾸던 삶을 위해 직장인으로서의 생활 대신 여행을 하거나 자유롭게 일을 한다. 자유로운 디지털 노마드는 나를 포함한 직장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일자리의 편견을 파괴할 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을 창출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얻게 될 영감과 새로운 관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내면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렇게 내 가슴을 뛰게 할 줄 몰랐다. 



<참고문헌>

이채은 (2020).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시대의 유튜브 여행콘텐츠 특성, 기업이미지, 신뢰, 고객행동의도 간의 구조관계분석:공기업, 사기업 비교를 중심으로. <외식경영학회>, Vol.23, No.5, 14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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