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Southbrook의 Bill, 2008년 그날의 이야기
프롤로그: 흙 한 덩어리로 시작하는 이야기
나이아가라의 겨울, 와이너리에서 테이스팅을 하며 대표와 인터뷰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캐나다를 포함해 전세계에서도 몇 안되는 유기농, 바이오다이내믹, 재생 유기농 인증(ROC™)을 모두 가진 와이너리, SouthBrook에 호기심이 생겼다. CEO Bill Redelmeier를 만나기전, 그에 대한 리서치를 시작했다. 그의 뉴스레터에서 읽은 '2008년 9월, 빗물에 젖은 포도밭 진입로에 놓인 연어 한 마리'라는 한 문장과 그 물고기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Bill은 와인의 맛도, 수상 경력도 아닌 '흙 한 덩이'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이다. "손으로 쥐면 '아름다운 조각들'처럼 부드럽게 부서집니다. 이 땅을 샀을 때는 너무 딱딱해서 손으로 부수는 것조차 불가능했어요." 유기물 함량 9%, 헥타르당 6톤의 탄소 격리, 96%의 물 절약. 이 숫자들은 과학자의 측정치지만, Bill에게 그것은 숫자가 아니다. 토양 속 미생물들의 숨소리이고, 지렁이들의 움직임이며, 포도나무 뿌리가 더 깊이 내려가는 소리다. 그를 만나면 제일 먼저 그의 포도밭 한가운데 서서, 흙 한 덩이를 손으로 쥐어보는 것을 해볼 생각이다.
Bill의 이야기는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할아버지가 토론토 북쪽 Don Head Farms를 매입한 해다. 캐나다 최대 저지 소 목장 중 하나였던 그곳에서, 3대에 걸쳐 Redelmeier 가족은 농부로 살았다. 1980년대, Bill은 Richmond Hill 가족 농장에 작은 야채 직판대를 열었다. 신선한 옥수수와 딸기를 파는 평범한 농부였다.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씨앗은 뿌려져 있었다.
"상품이 예쁘게 보여야 했기에, 독성 있는 화학물질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걸 내가 직접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시키는 것이 너무 불편했어요." 조용한 불편함, 그 불편함이 그를 움직였다.
1991년, Bill과 아내 Marilyn은 100년 된 헛간을 개조해 부티크 와이너리를 열었다. "우유에서 와인으로"—이것은 땅과 맺는 관계의 재정의였다. 2005년 나이아가라 온더레이크의 74 에이커 포도밭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그의 진짜 여정이 시작되었다.
2007년, 온타리오 대 보르도 와인 시음회에서 그야말로 사건이 일어났다. Southbrook의 2002 Triomphe Cabernet Merlot(후에 Poetica로 개명)가 샤토 라피트 로칠드와 샤토 마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Globe and Mail의 와인 평론가는 "거의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나이아가라 레드가 전 세계적으로 숭배받는 트로피 라벨들을 이겼다."라고 썼다. Bill의 토양의 건강이 와인의 품질로 직접 연결된다는 믿음과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이 제한이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철학이 옳았다는 증명이었다.
2008년 9월, 비 오는 날 아침... Bill의 인생을 바꾼 진짜 사건이 일어났다. 포도밭 진입로에서 연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온타리오 호수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 산란을 위해 하천을 거슬러 오르던 연어가 빗물 배수로에 갇혀 죽어 있었다. 한 마리의 죽은 물고기가 한 사람의 세계관을 바꿔놓은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포도밭을 토양으로부터 받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주는 살아있는 생태계로 만들 '재생(regenerative)'이라는 Bill의 비전은 더욱 명확해졌다. Southbrook 포도밭을 따라 심어진 야생화와 토착 식물들이 빗물 배수로를 자연정화 시스템으로 바꿔놓았다. 바이오 스웨일(bio-swale)을 통과한 물은 온타리오 호수로 돌아갈 때쯤이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해진다. 2008년 그 연어가 Bill에게 가르쳐준 교훈이 현실이 된 것이다.
연어를 발견한 2008년, Southbrook은 캐나다 최초로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이중 인증을 받았다. 그후 2025년 3월, 재생 유기농 인증(ROC™)을 추가로 획득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캐나다 유일,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성취다.
에필로그: 만남을 앞두고
Bill을 만나면 그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까. 2008년 그 연어를 발견한 순간 정확히 무슨 생각을 했는지. 2026년 혹한 속에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보르도를 이긴 순간 진짜로 기뻤는지. 처음에 손에 쥔 흙과 지금의 감촉이 어떻게 다른지...
하지만 어쩌면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을지도 모른다. 흙 한 덩이를 손에 쥐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나이아가라에 산 지 1년, 와이너리를 다니며 체험하고 있다. 하지만 Bill을 만나고 나면, 더 이상 와인을 예전처럼 마시지 못할 것 같다. 한 잔의 와인 속에서 토양을 볼 것이고, 미생물을 생각할 것이고, 연어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묻게 될 것이다.
이 와인은 땅에 무엇을 돌려주었는가.
아마도 Bill Redelmeier가 내게 가르쳐줄 것은, 아마도 한 잔의 와인과 한 줌의 흙 사이를 잇는 이 질문일 것이다.
작가 노트
이 글은 Bill Redelmeier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쓴 준비 에세이입니다. 그에 대한 자료를 읽고, 그의 뉴스레터를 탐독하고, 그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며 작성했습니다. 실제 인터뷰 후에는 이 글에서 미처 담지 못한 그의 목소리, 그의 표정, 그의 침묵까지 기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Southbrook Vineyards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땅과 관계 맺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입니다. 캐나다의 한국 커뮤니티와 한국에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런 가치 있는 장소가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