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y it forward
입사 초기부터 이민자들의 자격증 취득절차가 신속하게 처리되고 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정부 기관에서 자격증 발급 조건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 대학에서 관련 공부를 했는지, 두 번째는 관련 경력이 있는지를 본다. 자격증을 받기 위해서 총 경력 2년 이상이 필요한데 그중 1년 이상의 캐나다 경력이 필요하다.
필수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캐나다에서 공부한 사람도 자격증 획득에 적어도 1년 이상 걸리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3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답답한 일이었지만 담당하는 사람에 비해 일이 많아서 이런 프로세스가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니, 다른 나라에서 공부한 이민자는 얼마나 어려울까? 회원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자격증을 빠른 시일 내에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같은 이민자로서 사명감이 생겼다. ‘자격증을 못 받고 있는 한국 분들을 한번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나만의 프로젝트였다.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의 서류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캐나다 경력이 없는 이민자들의 서류가 뒤로 밀리고 방치되어 있었다. 25,000명이 넘는 회원을 겨우 30여 명의 직원이 모두 관리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민자들이 신속하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사명감이 불타올랐다. 회원 분석을 해서 리스트를 뽑고 방치된 회원들을 찾아 미리 연락하고…. 참 열심히 했다. 그들을 돕기 위해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이민자가 직장을 잡고 살 수 있는지 리서치도 참 많이 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이민자 회원들 사이에 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영어에 한국 악센트가 있다. 이민자들은 악센트가 있는 나를 오히려 편하게 생각했다. 캐나다 이민을 가서 보면 알게 되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정부 기관에 전화하기 싫어한다. 정부와 연결되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하고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번거롭기 때문이다. 또 막상 통화하면 언어장벽 때문에 시원스럽게 해결 못 하고 끊을 때가 많다. 어느새 회사직원들이 악센트 있는 사람의 전화를 나에게 바꿔줘도 되겠냐고 부탁했다. 어느 순간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국, 동/서유럽, 아프리카 악센트를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이민자들이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직원들은 타국에서 공부한 다른 문화를 가진 회원에게 공감하고 소통하기 힘들어했다. 그와 달리 난 모든 과정을 바닥부터 밟아왔기 때문에 이민자들이 걸어가는 과정, 학교, 기관에 대한 내용과 소통이 자유로웠다. 어떤 이는 화가 나고 힘들어 불평하려고 연락했다가 대화로 마음이 편해진 경우도 있었다. 점점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넓혀갔다. ‘공감’은 고향도, 언어도, 살아온 환경도 다른 우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였다. 처음 나에게 영어와 미국 문화를 가르쳐 줬던 미국 맘, 캐나다 문화를 배우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따뜻하게 도와줬던 캐네디언 맘들까지…. 그들에게 받았던 따듯한 ‘공감’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 있게 되돌려주고 싶었다. (Pay it forward*)
* Pay it forward : 다른 사람에게 받은 호의를 준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 사람의 도움으로 인해 선행이 계속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운동. 개념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나 2000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로 널리 퍼져 관련 재단이 설립되는 등 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