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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빠 Mar 17. 2024

매일 메리 크레스마스

2. 벌레는 싫지만, 누에는 괜찮아?

크레에 대해 잘 모를 때 모든 파충류는 충식을 하는 줄 알았다. '슈퍼푸드'라는 사료가 있는줄은 꿈에도 몰랐다. 솔직히 슈퍼푸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확신한다. 

"슈퍼푸드가 뭐야? 블루베리, 계란, 몸에 좋은 완전 식품같은 걸 말하는 건가?"라고 되묻는 사람이 태반일 거다. 

어떤 슈퍼푸드를 먹이는 게 좋을지 몰라 해외 유명 브랜드 사료 두 종류와 국내 사료 두 종류를 구매했다. 아, 최근에 슈퍼푸드 신상이 출시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또 구매해서 한 종류가 더 늘었다. 

곤충 함량이 많은 슈퍼푸드는 미숫가루 냄새가 난다. 주성분이 쌍별귀뚜라미라는데 슈퍼푸드 냄새는 의외로 괜찮다. 실제 귀뚜라미 냄새는 생김새 만큼이나 고약하다. 

과일 함량이 많은 슈퍼푸드도 있다. 망고, 무화과, 복숭아, 바나나 갖가지 과일향의 슈퍼푸드가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집 크레 세마리는 모두 과일맛을 좋아한다. 그래서 곤충함량이 많은 슈퍼푸드에 과일 슈퍼푸드를 섞어주곤 한다. 

곤충이라면 자다가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치를 떨기에 당연히 슈퍼푸드만 급여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사의 마음은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슈퍼푸드로만 키워도 충분합니다'라고 하지만, 솔직히 사람도 흰쌀밥에 김치만 먹으면 질리듯 뭔가 특별식을 주고 싶었다. 귀뚜라미에 대한 거부감을 낮춰보려고 유튜브로 귀뚜라미 급여 영상을 찾아보고, 관리방법도 알아봤다. 

영상 속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귀뚜라미 다리를 떼고, 때로는 귀뚜라미 즙을 터뜨려 크레에게 그 맛을 알게 했다. 우스갯소리로 "크레를 사육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귀뚜라미까지 사육하게 될 거에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거부감은 줄어들지 않았고, 대신 귀뚜라미를 급여하는 집사들에 대한 존경심은 샘솟았다. 진짜 대단하다. 

그러다가 누에가 귀뚜라미 보다 단백질 함량도 많고 기호성도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됐다. 단점이라면 가격이 비싸다는 점. 어디서 생겨난 자신감인지는 모르겠는데 누에라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커먼데다 다리에는 잔가시까지 돋아있는 귀뚜라미와는 비교가 안됐다. 

누에 10마리에 5000원, 배송비가 4500원. 고민은 배송날짜만 늦출 뿐! 맛있는 특식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주문했다. 확실히 누에는 거부감이 없었다. 나도 크레도 대만족이었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누에를 한참 바라보다 덥썩 물어서 꼭꼭 씹어먹는 모습은 보기만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생각보다 사냥을 못하는 모습도 귀엽다. 거리감이 떨어지는 건지, 한 발자국 가까이 가는게 귀찮은 건지 제자리에서 무는 시늉만 하고 잡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한번에 사냥에 성공하는 횟수보다 헛방이었던 때가 더 많았던가 싶기도.

누에를 10마리만 구매하기에는 적을 것 같아 20마리를 구매했더니 남았다. 남은 누에들은 작은 용기에 담겨 키워지는 중이다. 아침에 눈뜨면 누에 똥을 치우고 신선한 뽕잎을 깔아준다. 그래야 누에들이 건강해질테고, 건강한 누에를 섭취해야 크레도 무럭무럭 자랄 것이기에. 

많은 집사들이 크레에게 줄 귀뚜라미를 리빙박스에 사육하는 것처럼 나 역시 누에를 돌보고 있다. 

대부분 파충류샵에서는 귀뚜라미와 밀웜은 판매한다. 하지만 누에는 팔지 않는다. 근처 파충류샵에서 누에를 팔면 얼마나 좋을까 종종 가서 구매할텐데...배송비 낼 돈으로 누에를 더 사지...라는 생각을 한다. 크레를 키우지 않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을 해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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