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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빠 Mar 17. 2024

매일 메리 크레스마스

3. 미니어처를 삽니다

'오늘의 집' 어플을 한창 들여다볼 때가 있었다. 신혼살림을 준비할 때가 그랬다. 가구부터 그림, 조명, 패브릭 등등 어떤 게 우리 집에 어울릴까 고민하면서 정해진 예산 안에서 구매하려고 머리를 싸맸던 게 생각난다. 

그리고 요즘 나는 미니어처를 들여다본다. 자그마한 인형 하나에 1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여러가지 테마가 있어 레고처럼 하나의 타운을 완성할 수 있는 '실바니안' 인형도 없으면서 왜 사모으냐고 묻는다면 '크레 집을 꾸며주려고'라고 대답하겠다. 

나의 작은 크레 친구들은 가로 세로 높이 20X20X30 또는 20X20X20 아크릴 사육장에서 살고 있다. 사육장은 내 방 책상 위 그리고 협탁 위에 놓여있다. 크레가 쉴 수 있고, 꼬리를 활용할 수 있는 '백업'과 물그릇만 넣기에는 너무 휑해보여서 미니어처 가구 몇개를 넣어줘봤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크레 하우스를 꾸밀 때 꼭 빼놓지 않는 나만의 몇가지 수칙이 있다. 

첫번째, 상층부에서 쉴 수 있도록 평평한 백업을 넣어줄 것

두번째, 인조 나뭇잎과 인조 정글바인으로 벽을 장식하기

세번째, 숨을 수 있는 숨숨집을 넣어줄 것(인조 계란판을 넣었다)

사실 요렇게만 꾸며도 충분하다. 백업 위에서 자거나 쉴 때도 있고, 정글바인을 타고 여기저기 쏘다니는 친구도 있다. 어둠 속에서 덩굴과 정글바인은 쓰임새가 빛을 발한다. 

처음부터 미니어처 가구나 캐릭터 피규어를 작정하고 넣어준 것은 아니었다. 집 근처 무엇이든 다 있는 다이소에 방문했을 때 으레 그랬듯 완구 코너로 향했다. 살 게 딱히 없어도 구경만으로도 시간이 후딱 지나가는 곳이라 산책하면서도 종종 들르곤 한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그날은 홀린듯 미니어처 가구에 손이 갔다.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그저 작은 플라스틱에 불과하겠지만, 집사 눈에는 크레에게 딱 어울리는 귀여운 침대요, 욕조였다. 

그렇게 미니어처 가구 세트를 이것저것 집어들었고, 미니 스쿠터도 구매했다. 도마뱀이 스쿠터라니... 남들이 들으면 코웃음칠 일이지만 그냥 한 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한 소품으로만 쓰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스쿠터는 집에 넣지 않았다.)

아침이 되면 크레들은 어딘가에 널부러져 잠들어있다. 잎사귀 사이나 인조 계란판 아래, 해먹 위에서 잔다.

비록 집 청소는 힘들어졌지만, 보다 아늑해보이는 집에서 잘 쉬고 있는 도마뱀 친구들을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 밤도 즐겁게 화이팅하며 놀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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