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사빠 Mar 20. 2024

매일 메리 크레스마스

4. 평생 몰랐을 뻔한 사각지대

다들 똑같겠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야 평생 몰랐을 것들이 있다.

내 친구는 스무살이 되어서야 암컷 강아지는 주저 앉아 소변을 본다는 사실을 알았다. 암컷 강아지가 생리를 한다는 것도 아마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모르는 이가 많을 거다. 


이런 것처럼 크레를 키우지 않았더라면 평생 몰랐을 것들에 눈을 뜨고 있다. 

다 커도 손바닥 만한 요녀석들이 꾸준히 탈피를 한다는 것, 탈피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신체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그전에는 몰랐다. 


크레의 신체나 구조적인 거 말고, 최근에 불편하다 못해 끔찍한 이야기를 접한 게 있어 글을 끄적여본다. 


정체불명의 파충류 모임 단톡 채팅방 내용이 유출됐는데 그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물론, 단톡방에 있던 사람들은 뭐가 문제가 되는지 도덕적인 의식이 결여된 것 같지만.  

내용 일부를 적어보자면 이렇다. 


A:크레 00마리 만원 발견. 대형종 밥 찾음. 

B:대형종한테 크레면 간식 아닙니까 ㅋㅋ

C:인스타에 올리면 크레맘들 난리나죠.  

(이하 생략) 이런 내용이다. 


이 글을 놓고 누군가는 '야생에서 대형 파충류가 소형 파충류를 먹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자연의 섭리다' 라고 하는데, 이 말은 저 대화 내용을 제대로 안 읽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논점을 흐리는 말이다. 

A씨가 크레 입양 목적을 밝혔다면, 분양자가 분양을 보냈을까? 일단 이것부터 명확히 따져봐야 할 것같지 않나?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자신보다 더 잘키워줄 거라 믿고 크레를 분양보냈는데, 먹이로 쓰였다니... 처음에는 글을 읽다가 외면하고 싶었다. 불편함을 넘어서 구역질이 올라왔기 때문에. 


대형 파충류의 먹이로 시중에 유통되는 것중에는 마우스도 있고, 메추리도 있다. 내용의 논점을 흐리는 사람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그럼 쥐랑 메추리는 안불쌍하고 크레만 불쌍해? 먹이되는 건 똑같잖아"

똑같지 않고, 다르다. 분명히 다르다. 

먹이용으로 유통되는 마우스와 메추리는 목적이 분명한 농장에서 청결한 환경에서 키워진 뒤 인도적인 방법으로 도살된다. 요즘 말하는 '동물복지'를 농장주는 지킨단 말이다. 

저 단톡방 멤버들은 대형 파충류에게 소형 파충류를 던져주고는 낄낄 거리며 그 광경을 지켜봤을 거다. 

소동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면서 죄책감이라고는 찿아볼 수 없는 대화내용. 논란이 된 후에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뻔뻔함에 몇번이나 분노했다. 


크레를 키우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추악한 현실이다. TV나 SNS를 켜면 유기된 반려동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또 학대사건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작은 소동물 학대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나기가 힘들다.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는 방치된 작은 친구들이 떨고 있을 것이다. 


어두운 밤, 오늘도 잘살아낸 작은 동물 친구들에게 내일도 잘견뎌내라고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매일 메리 크레스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