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FTX 파산 사태로 얼어붙었다. 거래랑 기준 세계 3위 거래소 FTX가 지난 11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여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파산보호란 법원의 감독 하에 구조조정 등으로 회생을 시도하는 제도이다. 루나 폭락 사태에 이어 세계 3위 거래소 FTX가 순식간에 몰락하며 가상자산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과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FTX의 위기는 미국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의 보도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2일 코인데스크 US는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제표를 입수해 “FTX가 자체 발행 가상화폐인 FTT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몸집을 키웠다”며 재무건전성 이슈를 제기했다. 알라메다리서치는 FTT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그 돈으로 다시 FTT를 사며 가치를 끌어올렸는데, 만약 FTT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실제 가진 자산이 없기 때문에 은행에 돈을 갚을 수 없고 파산하게 되는 것이다.
FTT를 갖고 있던 투자자들은 자기발행 코인의 가격을 부풀리는 이 레버리징 방식에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때 바이낸스 거래소의 CEO 자오창펑이 7일 본인의 트위터에 “보유한 FTT를 모두 처분하겠다”라고 선언하자 시장의 불안감은 폭발해버렸다. FTT의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하였고, 바이낸스의 FTX 인수 계획도 철회되면서 투자자들이 FTX에 넣어놨던 자산을 앞다퉈 현금으로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FTX는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와 현금이 뭉텅이로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출금 정지를 선언하고 11일에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게 된다.
FTX가 법원에 제출한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부채 규모는 암호화폐 업계 역대 최대인 66조 원에 달하는데, 채권자는 무려 10만 명이 넘는다. FTX의 파산 신청으로 인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FTX 사태로 바이낸스를 비롯한 9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앞다퉈 ‘준비금 증명’을 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준비금 증명은 고객이 전부 코인과 돈을 인출해도 충분히 지급할 능력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준비금 증명이 된다고 해도 거래소가 나의 자산을 언제 어떻게 유용할지 모르는 바이기에 하드웨어 기반의 개인 지갑 등을 사용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