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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남편은 독감

2주 간의 간병 기록

by 강진경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두는 간병 기록.


요즘 독감과 폐렴이 유행인데, 얼마 전 소은이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남편은 A형 독감을 앓았다. 마이코플라즈마폐렴의 가장 큰 특징은 항생제를 복용해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 것. 일반 감기와 달리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열도 높게, 오래 난다. 특히 기침이나 가래가 심하고 발열이나 오한 인후통도 심하다. 소은이도 밤이 되면 40도가 넘게 올랐지만 검사 결과 코로나도 독감도 아니었다. 5일이 지나도 열이 잡히지 않아 소아과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야 폐렴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얗게 보이는 게 폐렴의 흔적

그리고 폐렴의 원인을 찾기 위해 마이코플라즈마와 아데노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는데, 하필 주말이라 검사 결과가 월요일에 나오는 상황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당장 소은이를 입원시켜야 할지 고민하셨다. 하지만 입원하기에는 비교적 컨디션이 좋았기에, 일단 주말 동안 상태를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기존에 먹고 있던 항생제에 추가로 마이코 플라즈마에 특효인 마크로라이드계열의 특수 항생제를 처방하셨는데 그게 신의 한 수였다. 그 약을 먹고, 드디어 열이 잡히기 시작하고 컨디션도 급격히 좋아졌다. 월요일에 다시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 결과를 들었다. 폐렴의 원인은 마이코플라즈마가 맞았고, 3일 뒤에 다시 엑스레이를 찍어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 쭉 가정보육을 했다. 그리고 열이 난 지 9일째 되던 날, 엑스레이와 청진을 통해 다 나았으니 유치원에 보내도 된다는 소견을 받을 수 있었다.

두번째 엑스레이 촬영. 첫번째 촬영 때는 무섭다고 울던 아이가 이제는 웃는 여유까지.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

보통 어린아이일 경우 폐렴에 걸리면, 입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노련한 의사 선생님 덕분에 입원까지 하지 않고, 통원치료로 끝난 것 같아 감사하고 다행이다. 의사 선생님의 경험과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다. 마이코플라스마에 맞는 항생제를 빨리 쓰지 않았더라면, 아이는 며칠은 더 고생을 했을 테니까.


내일이면 유치원에 보낼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남편이 열이 나기 시작했다. 보통 아이 간호가 끝날 때쯤 엄마가 아픈데 이번엔 아빠가 옮은 걸까? 남편도 코로나와 독감 검사를 했지만, 모두 음성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남편도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일 수 있으니, 그에 맞게 약을 지어주셨다. 그러면서 청진 소리로 봤을 때 폐렴은 아니니 약이 안 들으면 내과로 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이셨다.


다음날, 소은이를 드디어 유치원에 보내고, 이번엔 남편을 내과에 데려다주었다. 전날 수액을 맞았음에도 남편의 증상은 차도가 없었고, 약도 별로 효과가 없는 듯했다. 이때도 의사 선생님을 잘 만났는데, 남편을 진료한 의사는 마이코플라즈마가 아니라 독감인 것 같다고, 독감 검사를 다시 해보자고 권유를 했고, 그 추측이 맞았다. 남편은 A형 독감을 확진받고, 타미플루 대신 페라미플루라는 주사를 수액으로 맞았다. 타미플루가 5일 정도 복용이 필요한 것에 비해 페라미플루는 단 1회 주사로 독감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고 그 효과는 드라마틱했다. 수액을 맞은 후 남편도 열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컨디션도 급격하게 회복이 되었다.

(좌)몸살 수액, (우) 페라미플루

그러자 이번엔 유치원에 간 소은이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폐렴이 좋아졌는데, 남편에게 독감이 또 옮으면 어떡하지? 나는 그때까지 9일 동안 잠잘 때도 마스크를 끼고 있었기에, 더 이상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도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다행히 남편이 컨디션이 좋아져 혼자 죽을 차려먹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서 주말 동안 나와 아이는 친정으로 피신을 가기로 했다. 집에 아이가 없어야 남편이 푹 쉴 수 있기도 했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 그게 좋을 것 같았다.


친정에서 3일 동안 지내면서 남편에게 죽을 사다 주고, 집에 왔다 갔다 할 때도 마스크를 꼭 끼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당분간은 남편과 밥을 따로 먹고 남편은 방에서만 생활을 했다. 그 덕분인지 아이도 나도 독감에 걸리지 않았고, 남편은 6일 만에 일상을 회복하고 회사에 출근했다.

간병 포인트: 마스크 철저히 쓰고 밥 따로 차리기

릴레이 간병은 그렇게 끝이 나고, 비로소 나의 일상이 회복되었다. 이번 일을 겪으며 1년 중 가족 모두가 아프지 않고 건강한 날은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나아 유치원에 간 날, 남편이 먹을 죽을 사러 근처 죽집에 갔다가 우리 동네에서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에 들렀다.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마침 날이 포근하여 맨발 걷기를 하고, 햇살샤워도 하며 잠깐의 자유를 만끽했다.

열흘만의 산책

자연이 주는 치유의 시간. 비로소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모두 아프지 않고 별일 없는 일상이 사실은 가장 어렵고도, 소중한 날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와중에 아프지 않고 잘 버틴 나의 면역력이 고맙고 대견할 뿐.


우리 가족 올 겨울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또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건강했으면 좋겠다.


+ 1. 요즘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걸린 영유아가 너무 많아, 소아과에 항생제 수급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어요. 혹시 아이가 이와 유사한 증상이라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의심되시면, 병원에 미리 전화를 해서 약이 있는 곳으로 확인하고 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또 독감일 경우 실비 보험이 있으시다면 비급여주사인 페라미플루 추천드려요.


+ 2. 현재 브런치스토리에서 연재 중인 <어린이가 중학생이 되는 순간>은 저의 이러한 사유로 최근 계속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혹시 기다리신 독자 분이 계셨다면 양해 부탁드려요. 조만간 다시 연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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