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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겨울 같던 봄을 흘려보내며..

by 강진경

싱그러운 6월의 시작..

문득 그리운 분들께 안부를 전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저 여기 살아있어요.


지난 몇 달 간 제 얼굴 들어간 사진 한 장을 올릴 여유 없이 앞만 보며 달려왔네요. 이제야 비로소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되찾게 되었고,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분들께 이 소식을 알리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동안 제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올해 2월, 결혼 전부터 10년 넘게 살던 안양을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광교로 이사로 오게 되었고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가 되었지요.


인생은 끝없는 선택이라지만

삶의 거주지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특히 예민한 기질의 아이에게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은

생각보다 훨씬 힘이 드는 일이었죠.


암을 진단받고 저의 소원 중 하나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가는 거였고,

올해 드디어 그 목표를 이루었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어요.


초등학교 입학 후 일주일 뒤 아이의 등교 거부가 시작되었고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등교 거부가 지속되었죠.


진단 이전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던 힘든 일들이

다시금 반복되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함께


왜 우리에게만 이런 일이 반복될까.

도대체 언제까지 힘들어야 할까.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매일 울면서 등교하는 아이를 떼어 내고 출근을 할 때면,


내가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할까.

다시 예전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할까.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할까.


수없이 고민하면서도,


이 시련은 반드시 극복될 거란 믿음.

비온 뒤 땅이 굳고,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지금의 시련이 지나면 아이는 더 단단해지고 성장해질거란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저는 종교가 있기에

제가 믿는 신께 매일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3개월이 지난 지금,

아이는 그 모든 것들을 씩씩하게 이겨내고

다시 일상을 회복했어요.


우리는 이제 예전처럼 여행을 떠나고,

친구를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요.


암은 인생의 여러 시련 중 하나일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시간들..


시련은 그 모습과 형태를 바꾸어가며 나를 찾아오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한번씩 넘어지지만

중요한 것은 다시 행복을 찾을 거라는

'꺾이지 않는 마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해요.


제가 비바람에 꺾이지 않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우리의 봄은 이렇게 지났지만,
여름은 다시 찬란할 거라 믿으며..
멈추었던 sns도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그 동안 쌓인 저의 이야기도, 조금씩 풀어볼게요.

이제 우리, 좀 더 자주 만나요.

여름의 문턱에서, 엘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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