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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진경 Dec 07. 2024

엄마가 화를 푸는 방법

엄마의 글쓰기

제주에서의 둘째 날 밤.

제주여행의 절반이 지나고 있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고요한 시간,

나는 깨어있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글을 쓴다.

산란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글을 읽고 쓰는 것이다.


노트북도 없고, 종이와 펜도 없는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핸드폰에 의존하여 내 마음을 적어내는 것.


늘 좋은 엄마이고 싶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 그게 내 마음대로 안될 때가 있다.

오늘은 여행하며 힘든 일이 많았다.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화를 많이 냈다.

소은이가 나에게 사과를 했지만 마음이 풀리지 않았고,

급기야 자려고 누웠는데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나자, 부정적인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할까.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할까.

얄궂은 생각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하니,

부정적인 생각은 눈두덩이처럼 커져 나를 잡아 삼키려고 했다.


그래,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그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야!

여기서 그만!

나는 방문을 열고 나와 아무도 없는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바로 핸드폰을 켜서

소은이와 나의 행복한 기록이 담긴 책

<아이는 말하고 엄마는 씁니다>의 리뷰들을 찾아 읽었다.


부정적인 생각을 끊어내고 긍정의 기운으로

에너지를 돌리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리뷰와 서평들은 책이 없을 때,

내 책을 대신해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기록이자

독자분들의 마음이 담긴 귀한 선물이기에.

나는 글을 읽으며 평정심을 찾고,

다시금 위로를 받았다.


작가가 되었다고 해서,

실생활에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지만,

이럴 때는 을 쓰고, 그 글들을 세상에 꺼내놓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라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


그리고 이번에도 글을 쓰며 다짐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소은이를 다시 따뜻하게 안아줘야지.

오늘 밤 내가 주지 못했던 사랑까지

두 배로 다정하게 품어줘야지.


아이와의 행복한 기억을

글로 적어두길 잘했다.

과거에만 머물 뻔했던 기억이

글로 인해 다시 현재가 되고,

또 미래를 바꾸는 마법이 되니까.





올해 1월, 제주도 여행 중 써 내려갔다가

올리지 못하고 브런치 서랍 속에 있던 글.

나는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아이에게 화가 났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비로소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다음날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았고

우리는 남은 시간 제주에서 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엄마의 글쓰기는 아이와의 행복한 기억을 보전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때론 엄마가 화를 푸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계속 글을 쓴다.

더 나은 엄마가 되어가기 위해.


그리고 여행 사진을 꺼내보며 지난날을 추억하듯

그동안 내가 쓴 글들을 하나, 둘 세상에 꺼내본다.

언젠가 이 글들이 또 다른 형식으로

빛을 낼 것을 기대하며.


서랍 속에 묻어두고 먼지가 쌓인 글에

툭툭 먼지를 털어내고,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러자 그날의 기억이 다시 눈앞에 펼쳐지며

글자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글쓰기의 마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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