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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진경 Nov 26. 2024

나처럼 작은 행운이야

세입 클로버를 건네주는 작은 손

하루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소은이를 만났을 때 소은이의 손에 작은 세입 클로버가 들려 있었다. 아이를 차 뒷자석 카시트에 앉히고, 나는 운전석에 앉아 차의 시동을 걸었다. 차가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소은이가 말을 건다.


"엄마 , 이거 행운이야. 나 작지. 나처럼 작은 행운이야."


그리고 내게 세입 클로버를 건네려 앙증맞은 손을 내미는데 새끼 손톱보다 작고 여린 클로버는 내 손가락에 닿기도 전에 그만 힘없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아뿔사!'


나는 소은이가 속상해서 울상을 짓거나 엄마가 그것도 못받으면 어쩌냐고 핀잔을 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소은이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 속상해하지마. 괜찮아. 차에 행운이 뿌려진거야

엄마가 그 덕분에 안전하게 차타고 다닐수 있어."


"고마워."


나는 얼떨결에 고맙다고 대답을 하며, 아이가 많이 컸음을 느꼈다.


이제 아이는 더이상 막무가내로 떼를 쓰거나, 울지 않는다. 화가 나도 상대가 사과를 하면 받아주고, 속상한 감정을 추스릴 줄도 안다. 또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줄 아는 능력도 생겼다.


일곱살이 된 지금, 어느샌가 아이는 수유등을 켜지 않고도, 암막커튼이 쳐져 깜깜한 곳에서도 더이상 무서워하지 않고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언제였을까. 아이가 커튼에게 말을 한 적이 있다.

"튼아,  이제는 정말 정말 고마워."

"?"

"커튼이 햇빛 다 가려주아."


나는 적지 않게 놀랐다. 소은이는 커튼을 무서워하던 아이였다. 어둠을 싫어했던 아이. 어두운 게 싫어서 밤에는 잠도 안 자고 밤새 울던 아이가 이제 사물의 가진 본연의 기능을 알고, 그것을 수용할 줄 알게 되었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걸까?


소은이는 아직 혼자 잠을 자지는 못하지만 가끔은 혼자 자고 싶은, 잠자리 독립을 하고 싶은 마음을 비출 때가 있다. 어느 날은 잘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방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이제 야옹이꿈 안꾸고 좋은꿈 꾸니까 내 방가서 혼자 잘 수 있겠다. 아빠테도 말해줘야지! 나 오늘은 야옹이꿈 안꾸고 꿈나라에서 엄마랑 같이 거품놀이하는 꿈 꿀꺼야!"


언젠가 아이가 자기 방에서 혼자 자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시간이 흘러 소은이가 나이를 먹어도 엄마와 함께하는 행복한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를 악몽에서 지켜줄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게, 꿈에서도 만나고 싶은 존재라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오래오래, 소은이의 꿈에 머물고 싶다. 언제까지나, 아이에게 나란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멋진 엄마였으면 좋겠다.


Anna Shvets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387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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