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샤워 후 소은이에게 로션을 발라주고 있는데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하늘나라에 있을 때 하느님이 이 로션 발라줬어." "어? 그게 정말이야?" "응!" "소은이 언제 하늘나라에 있었는데?" "나 엄마 아빠한테 오기 전에 하늘나라에서 놀고 있었는데 하느님이 엄마 아빠한테 가라고 했어." "그래?" "응!"
옛말에 삼신할머니가 아이를 점지해 주신다는 말은 들었어도 하느님이 아이에게 로션을 발라주셨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그러나 아이의 말에는 거짓의 기색이 전혀 없다. 조금의 꾸며낸 기색 없이 마치 어제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얘기하듯 자연스러운 아이.
신기하게도 아이는 예전에도 같은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소은이는 지금보다 더 어렸는데 그때도 하늘나라에서 이 향기를 맡은 적이 있다고.
아이가 말한 향기의 주인공은 바로 프랑킨센스 오일이다. 프랑킨센스 오일이 들어간 로션을 바를 때마다 아이는 하늘나라를 떠올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프랑킨센스는 마음을 유하게 만들고 긴장을 완화하며 평온을 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나 역시 프랑킨센스를 맡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도 마찬가지인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고작 일곱 살짜리가 아로마 오일의 향기를 맡고 하늘나라 이야기를 떠올린다는 사실이 놀랍다. 하늘나라는 아마도 소은이가 생각하는 가장 평화로운 공간일 것이다. 감각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
사실 촉각이 예민한 소은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로션이나 오일과 같이 몸에 바르는 것은 그 어떤 것이든 싫어했다. 그런 아이가 유독 호감을 보인 게 바로 프랑킨센스 오일이다. 얼굴에 로션을 바르는 걸 질색하는 아이가 신기하게도 프랑킨센스 오일은 거부하지 않고 잘 발랐기 때문에 나는 해마다 겨울철이면 같은 제품의 오일을 직구로 구매하곤 했다.
대체 어떤 오일이길래 이런 마법을 부리는 걸까?
어느 날 궁금증이 생겨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니'프랑킨센스 오일, 영혼을 감싸는 향기'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영혼을 감싸는 향기란 대체 어떤 것일까? 프랑킨센스 오일은 단순히 향이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과 관련된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
검색을 하며 나는 프랑킨센스 오일이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님께 주었던 세 가지 선물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기 예수님이 태어났을 때, 동방박사에게 황금, 유황, 몰약을 받았는데 이때 유황이 바로 프랑킨센스 오일이라고 한다. 유황은 아라비아 지방의 관목에서 채취한 향기로운 송진으로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것인데 예수님은 영원한 대제사장이기 때문에 유황은 황금, 몰약과 함께 예수님께 합당한 예물이라는 설명이었다.
Jimmy Ramírez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6007019/
서양에서는 이처럼 프랑킨센스가 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제사장'이 신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향기라고 믿는다. 프랑킨센스는 천사들을 모으고 악마를 몰아내는 신성한 향기로 사원과 가정에서 종종 사용되었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향료였다고.
그렇기 때문에 만일 소은이의 말대로 소은이가 하늘나라에 있는 아기천사였다면, 하느님이 아기 천사들에게 프랑킨센스를 발라주었다는 설명은 무척 자연스럽다.
천주교 신자인 나는 신을 믿는다. 그래서 예수님과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고, 소은이의 말도 믿는다. 하늘나라에서 놀고 있는데 하느님이 엄마, 아빠에게 가라고 해서 우리에게 왔다는 일곱 살 소녀. 내가 이 아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기 예수님이 동방박사에게 유황을 선물 받은 것처럼, 우리는 하느님께 소은이라는 새 생명을 선물 받았다. 언젠가 내가 하느님 곁으로 간다면, 하느님께 꼭 여쭤볼 것이다. 소은이의 말처럼, 하느님께서 아기 천사의 날개에 프랑킨센스를 발라주신 게 맞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