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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시부모님과 꽃바구니

복직 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

by 강진경

2024년 5월 15일, 복직 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


스승의 날을 맞아, 시아버님이 교무실로 꽃을 보내주셨다. 꽃바구니엔 '사랑하는 며느리 스승의 날 축하해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아버님과 어머님의 성함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꽃바구니와 함께 선생님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간식까지 보내주신 덕에 교무실에서 동료 선생님들께 '사랑받는 며느리'라며 부러움을 살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매년 스승의 날때마다 시부모님은 내게 잊지 않고 축하 인사를 건네주셨다. 5월 15일 아침이 되면, 언제나 시부모님께 메세지가 왔다. 늘 내가 제자들에게 존경과 위로를 받는 선생님이 되기를 빌어주셨고, 심지어 휴직으로 학교에 출근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스승의 날을 축하해주시며, 내가 교사라는 걸 잊지 않게 해주셨다. 비록 건강상 휴직중이지만 자긍심을 잃지말고 자신감 있게 생활하라고 격려해주신 덕에 집에서 그 문자를 보며 눈물을 찔끔 흘린 적도 있었다.


두 분은 누구보다도 내가 교사인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셨고, 내가 훌륭한 교사가 되기를 기도해주셨기에, 어쩌면 누구보다 나의 복직을 기다리셨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복직 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에 조금 더 특별하게 축하를 해주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교무실에서 시부모님의 성함이 적힌 꽃바구니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며느리가 암에 걸렸다고 했을 때 시부모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내가 암을 진단받았을 때 딸 아이는 고작 네 살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해주신 손녀가 고작 네 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행여나 내가 잘못될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이셨을까. 한번도 내색하지 않으셨지만, 하나뿐인 막내 아들이 아내를 잃을까봐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을까 생각하면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죄송할 따름이다.


그렇게 걱정을 끼친 며느리가 건강을 회복하고, 학교에 다시 나가게 되었으니, 시부모님도 감회가 새롭지 않으셨을까. 나는 처음으로 복직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시부모님께 차마 말씀드리진 못했지만 휴직 기간이 끝날 때쯤, 과연 복직을 하는 게 맞는 걸까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었다. 친정 부모님은 나의 복직을 만류하셨고, 남편 또한 내가 다시 직장에 나가는 걸 원치 않았다. 지인들은 모두 '너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라고 조언했지만 나의 마음은 계속 퇴사와 복직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복직을 하면, 이전처럼 건강 관리를 할 수 없을까봐 걱정이 되었고, 퇴사를 하자니 나의 오랜 꿈이었던 교직을 병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싫었다.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시부모님의 격려와 응원이 많은 힘이 되었다.


시부모님의 메시지

언젠가 아버님과 통화를 하면서 슬며시 복직하는게 고민이라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님은 내게 지금 당장은 그만두는 게 좋아보일 지 몰라도,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끝까지 직장을 다닌 것을 보람있게 생각할 날이 올 거라 말씀해주셨다. 아마 당신께서 오랜 시간 공직 생활을 하시고 정년 퇴직을 하셨기에, 직장이 주는 삶의 안정감과 교직의 사명감에 대해 조금 더 각별하게 생각을 하시는 듯했고, 그러면서도 마지막엔 결국 결정은 진경이 너가 하는 것이고, 나의 뜻을 존중할 거라고 해주셨다.


시부모님의 응원 덕분일까. 결국 나는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용기를 내어 학교에 복직을 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 2025년 올해 스승의 날에도 어김없이 시부모님은 내게 축하의 문자를 보내셨고, 이번엔 아버님과 남편의 이름으로 스승의 날을 축하하는 꽃바구니가 왔다.


‘교단 위의 별, 스승의 날을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카드를 보며, 여전히 이 땅에서 교사로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이 뿌듯해졌다. 내게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리고 앞으로 오랫동안 시부모님께서 스승의 날마다 내게 꽃바구니를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교단에 설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내가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것은 내 건강이 허락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시부모님께서 나에게 꽃바구니를 보내주신다는 것은 두 분 모두 건강하게 곁에 계신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스승의 날마다 꽃바구니를 받고 싶다. 그 꽃을 볼 때마다, 나를 응원해주는 두 분의 따뜻한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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