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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방송통신중학교 교사가 되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by 강진경

얼마 전 교육청에서 온 공문을 보고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개발하는 디지털 학습 콘텐츠 사업에 지원을 했다. 사업의 내용은 방송통신중학교와 방송통신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강의를 개발하여 영상을 촬영하고, 문제를 출제하고 검수하는 일이었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익히 들어봤지만 방송통신 중ㆍ고등학교라는 용어가 낯설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초ㆍ중등교육법에 근거한 정규학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ㆍ중등교육법

제43조의 2(방송통신중학교) ①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에 방송통신중학교를 부설할 수 있다.
② 방송통신중학교의 설치·교육방법·수업연한, 그 밖에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51조(방송통신고등학교) ① 고등학교에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부설할 수 있다.
② 방송통신고등학교의 설치, 교육방법, 수업연한, 그 밖에 그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내용을 살펴보니 방송통신 중ㆍ고등학교는 일반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중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력을 인정해 주는 정규학교였다. 학제나 교육과정 등도 일반 중고등학교와 동일하다고 되어 있었다. 일반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사회적 약자들이 다니는 학교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사회적 약자가 아니더라도 초등학교 졸업자는 방송통신중학교에, 중학교 졸업자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나이가 많은 만학도가 대부분이었지만 공교육 불신이 심해진 지금은 10대 청소년 입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라는 내용이 꽤 흥미로웠다.


10대 청소년이라면 지금도 내가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이지만, 나이가 많은 분들을 내가 가르쳐볼 기회는 흔치 않았기에 왠지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왕 교직에 복귀하였으니,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도 샘솟았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마음을 정했다. '그래! 한 번 지원해 보자!어차피 인생은 도전의 연속 아닌가!' 그런데 지원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보니, 제출해야 할 것들이 꽤 많았다. 지원서와 자기소개서, 강의계획안은 그런대로 금방 썼지만 수업 실연 영상을 찍어 보내는 게 쉽지 않았다. 학기 중에 도무지 영상을 따로 찍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접수 마지막 날이 되었지만 수업 실연 영상을 찍지 못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교육청에 전화를 했다.


"제가 다른 서류는 모두 준비했는데 수업 영상을 찍지 못해서요. 접수 마감까지 시간이 없는데, 일단 지원서를 보내고, 영상만 내일 추가로 보내드리면 안 될까요?"


안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대답은 역시나 불가하다는 답변이었다.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남짓. 그냥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마치 '신 포도와 여우의 이야기'에서처럼 나를 합리화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국에 있는 쟁쟁한 교사들이 지원을 할 텐데 내가 도전한다고 뽑히겠어? 지금 수업 영상을 찍는 건 시간낭비 아닐까?"


이런 마음이 살짝 고개를 들 때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일단 해봐! 될지 안 될지는 해보면 알겠지!"


그렇게 왠지 도전하면 될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수업하는 영상을 찍어 보냈고, 결과는 감사하게도 합격이었다. 어디서 이런 용기가 생긴 것일까? 아프지 않았다면, 책을 쓸 엄두도 못 냈을 거고,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유튜브를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를 찍어보지 않았다면 이런 사업에 지원조차 하지 못했겠지. 삶은 모두 경험과 선택의 연속이고, 어떤 경험이든 내게 도움이 되며, 나를 이롭게 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방송통신중학교의 디지털 학습 콘텐츠 강의교사로 선발이 되었다. 선발이 되고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몇 분의 선생님이 지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전국에 있는 국어 교사 중 선발한 인원은 단 4명. 교육 활동과 관련하여 학교 외 경력은 교육서 한 권을 집필한 것뿐인데, 훌륭한 선생님들 사이에서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기쁘고 감사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강의교사로 선발이 되면 집합교육 연수를 들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여름 방학 중 미리 계획해 둔 일본여행과 연수 일정이 맞물렸다. 나는 또다시 고민과 선택을 해야 했고, 결국 여가와 일 중에서 일을 선택했다. 비행기표를 바꾸고, 호텔 예약까지 취소하면서. 과연 이게 잘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연수를 다 듣고 나서는 내 선택이 옳았다는 걸 깨달았다. 일본여행 일정을 조금 앞당겨 귀국하자마자 하루 종일 연수를 들었는데, 힘들기는커녕 연수가 너무 재밌고 행복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가슴이 뛰는 일을 해야 하고, 내게는 가르치는 일이 그렇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연수를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응원을 보냈다.


부디 앞으로도 지금의 마음과 열정이 그대로 남아있기를, 멋진 선생님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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