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전을 준비하며
가을은 축제의 계절.
오늘은 우리 학교에서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가 있던 날이다. 해마다 우리 학교는 이맘때 체육대회와 예능발표회를 같이 하는데, 나는 국어교사라 매년 전교생을 데리고 시화전을 준비한다.
전교생의 작품을 액자에 걸어 전시하는 학교가 또 있을까? 아이들과 한 달 동안 시를 쓰고, 고치고,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고, 또 수정하고.. 완성된 작품을 액자에 넣고, 전시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작품이 전시된 걸 보면 아이들의 작품이 너무 예쁘고 멋져서 뭉클하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시를 보면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마음도, 시에는 다 드러난다.
이게 바로 문학이 가진 힘.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눈부신 햇살 속에서
싱그러운 나뭇잎과 함께 반짝이는 아이들의 마음들.
그 속에 있으니 나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의 작품이 더욱 빛날 수 있게,
제발 비가 오지 않길 기도했는데
날씨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 정말 감사했던 하루.
어느새 복직한 지 2년이 되어간다.
내가 아팠다는 사실조차 잊을 만큼 일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나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전과 다름없이
내 몫을 온전히 해내고자 노력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오늘, 학교를 방문한 손님들께서
아이들의 작품을 보고 감동했다는 말씀에
꼭 내가 칭찬을 받은 것처럼 기쁘고 뭉클했다.
이런 날이면 새삼 ‘국어교사로 산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같이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을 글로 담아내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또 교사로 산다는 건,
누군가의 성장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일이다.
그래서 힘들어도,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일지도.
가을 햇살 아래,
나는 또 한 번 내가 교단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오늘의 햇살처럼,
이 따뜻한 마음이 부디 내 안에 오래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