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게임 대회를 한다고요?

12월 23일, e스포츠 대회

by 강진경

오늘은 학급 어우러짐 행사가 있는 날.


1교시에는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를 하고, 2교시에 e-sports대회를 하고, 3~4교시에는 선생님들과 함께 교실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학급 친구들과 친목과 화합을 다루는 날이다.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야 아주 오래전부터 해오던 연말 행사이지만, e-sports대회는 3년 동안 학교를 떠났다가 올해 복직한 나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e스포츠가 뭘까? e스포츠란(Esports)은 전자 스포츠(Electronic Sports)의 줄임말이며, 비디오 게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스포츠를 가리킨다.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의 정의에 의하면 e스포츠란 "게임물을 매개(媒介)로 하여 사람과 사람 간에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 및 부대활동"으로 규정된다.


한마디로 게임 대회라는 말씀! 학교에서 공식적인 행사로 게임 대회를 하다니 세상이 참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 15년 차 교사가 되는 나는 우리 학교에서 나이가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중간 정도의 위치에 해당하는데 그런 나도 바뀐 학교 문화에 격세지감을 느낄 때가 많으니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선생님들은 오죽할까.


나는 e스포츠 대회가 어떻게 진행될지 호기심 있게 바라보았다. 대회에 출전하는 학생들이 서버에 동시에 접속하여 게임을 진행하고, 중계를 맡은 학생이 게임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사회를 보았다. 나머지 학생들은 각 반에서 전자 칠판을 통해 대회에 나간 친구들의 게임을 관람하며 친한 친구들을 응원하기도 하고, 삼삼오오 교실에서 보드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예전에는 행사를 하면 꼭 체육관이나 강당에 모여야 했지만 지금은 방송실에서 영상을 송출하여 각 반에 전달하기만 하니 얼마나 편한 세상인지!


교실에서 전자 칠판을 통해 생중계되는 e 스포츠 대회


전자 칠판에서는 이름 모를 게임들이 흘러나오고 중계를 맡은 남학생의 흥분된 목소리가 교실 전체에 울러 퍼졌다. 게임의 종류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스타그래프트, 다른 하나는 카트라이더와 비슷해 보였다. 나는 흥미진진하게 e스포츠 대회를 지켜보다 문득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1998년 내가 중학생일 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처음 출시되었는데 출시되자마자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던 기억이 난다. 스타크래프트의 출시 이후 PC방 문화가 본격적으로 퍼져나가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과 e스포츠라는 새로운 스포츠가 탄생하였다. TV 프로그램에 게임 전문 채널이 생겨났으며, 게임을 즐기는 계층도 다양해졌다.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 중 스타크래프트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실제로 스타그래프트를 해 본 적은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전 국민이 알던 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니! 대체 나는 뭘 하고 살았던 건지.


청소년기 한 번쯤은 게임에도 빠져보고, 한 번쯤은 게임에 미쳐 밤을 새보는 일도 해봤어야 하는데. 지나고 나면 것들도 한 때의 추억이고, 젊은 날 맘껏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일 텐데. 그런 시간 없이 너무 모범적으로만 학창 시절을 보낸 건 아닌지 돌이켜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물론 그 시절의 나는 게임으로 밤을 새우는 일 대신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밤새 읽었고,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가기 위해 은행 앞에서 꼭두새벽에 줄을 섰다.)


물론 살면서 온라인 게임을 한 번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이 크게 유행을 했는데 카트라이더는 나도 꽤 재밌게 했던 온라인 게임이다. 당시 대학교 친구들과 공강 시간에 PC방에 가서 무지개장갑(당시 카트라이더에서 가장 높은 레벨)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하고, 남자친구와 PC방에서 카트라이더를 하며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추억의 카트라이더

지금은 오랜 추억이 되어 버렸지만, 바나나 껍질을 밟고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는 캐릭터의 모습이나 부스터를 쓰면 슝~ 하고 카트가 달려 나가는 장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추억 속에 있던 게임 캐릭터가 눈앞에 다시 나타나니 반갑기도 하고,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하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게임 속 세상은 변함이 없건만, 나는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린 걸까.


이렇게 옛 추억에 젖어있을 때쯤 어느새 게임 중계가 끝이 났다. 게임을 관람하며 어느 때보다 진지한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며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아이가 저렇게 말이 많았었나. 저 친구의 미소가 저렇게 예뻤었나. 수업 시간에 과묵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아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던 아이도 마스크를 내리고 신나게 떠드는 걸 보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하는 행사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또 평소 수업 시간에 조용히만 있던 아이가 경기에 출전하여 열심히 참여하는 것을 보고, 학교란 이렇게 다양한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부여하고, 많은 경험을 하게 해야 하는 곳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오늘 e스포츠 대회 종목은 사실 스타크래프트가 아니라 브롤스타즈, 카트라이더가 아니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라고 한다. 하지만 이름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e스포츠 대회는 나를 20년 전 그 시절로 데려다주었고, 나는 실로 오랜만에 평범한 사람이 느끼 듯이 나이가 드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암을 겪고 나서는 빨리 늙는 것이 나의 소원이 되었지만 (그만큼 죽지 않고 인생을 살았다는 것이 되니까) 가끔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이 아쉬울 때도 있는 법이다. 오늘이 내게는 그런 날이었다.

오늘 e스포트 대회 종목들

문득 25년 전, 중학생 소녀였던 내가, 20년 전 PC방에서 카트라이더를 하던 스무 살의 내가 그리워졌다. 우리 세계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다른 차원에서 그 시절의 내가 살고 있는 거라면, 그리고 타임머신이 있어 내가 과거를 살고 있는 나에게 다녀올 수 있다면, 나는 나 자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어야 할까? 미래를 안다면 나는 과연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걸까?


그런 생각에 미치자 20년 뒤, 예순 살의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때도 여전히 교단에 있을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까. 예순 살의 내가 어디선가 또 다른 세계에서 마흔의 나를 보고 있다면, 그녀는 내게 무슨 말을 건네고 싶을지 궁금해진다.



이 글은 2024년 12월 23일, 1년 전에 적어두고 브런치 서랍 속에 두었던 글입니다. 2025년 작년에도 여전히 저희 학교에서는 학급 어우러짐 행사를 진행했어요! 비록 올해는 e스포츠 대회는 하지 않았지만 학생들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하고, 오후에는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했어요. 학생들이 무대에서 댄스 공연도 하고, 노래도 불렀죠.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들이 얼마나 빛나보이던지. 교실에서 앉아만 있던 아이들과는 또 다른 눈빛, 또 다른 표정을 볼 수 있었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글로 적어볼게요!


아무튼 일 년 전 적은 글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직 예순 살이 되려면 멀었지만 그래도 일 년이란 시간을 무사히 보냈으니 예순 살에 한 걸음 더 다가갔네요. 여전히 교단에 있어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올해에도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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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