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2 학부모, 중2 담임
드디어 학부모 총회가 끝났다.
두 학교의 일정이 아슬하게 엇갈려 수요일에는 학부모로, 목요일에는 교사로 각각의 학부모 총회를 무사히 마쳤다. 수요일에는 자리에 앉아 듣기만 했고
목요일에는 교탁에 서서 직접 진행을 했는데도
이상하게 수요일이 더 떨렸다. 왜였을까.
앉아 있던 날이 서 있던 날보다 더 떨렸던 이유는 아마 ‘엄마’였기 때문일 게다. 아이의 이름표가 붙은 자리에 앉아보고, 교실 뒤편에 가지런히 정리된 사물함을 바라보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유방암을 진단받고 나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보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었는데 그때 네 살이던 꼬맹이는 어느새 2학년이 되었다. 앞으로 이렇게 열 번의 학부모 총회를 더 보내면 소은이도 어느새 어엿한 성인이 되겠지. 아직은 우당탕탕,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선 초2 학부모이지만 앞으로 남은 열 번, 열 해의 학창 시절을 건강하게 함께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깊어졌던 시간.
그리고 다음 날, 중2 담임인 나는 오늘 오시는 부모님들도 어제의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생각하며 학부모 총회를 준비했다.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깨끗하게 청소하니, 아주 오래전 아이들과 함께 환경미화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환경미화심사가 있어서 3월이면 반마다 경쟁하듯 교실을 꾸미고, 청소를 했더랬다. 아이들과 주말에도 나와서 교실의 게시판을 꾸미던 시절.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들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된다. 문득 그때가 그리워지는 건 아마 시간의 힘 때문이겠지.
그때도 지금도, 스스로 남아서 자발적으로 선생님을 도와주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 예쁘다. 아이들 덕분에 반짝반짝해진 교실에 어느새 부모님들이 들어오셨고, 나는 교탁 앞에 서서 우리 반의 급훈과 교육방침을 소개드렸다.
아이들과 함께 정한 우리 반의 급훈은 "해다인애(海多人愛)”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많은 사람을 사랑하자는 뜻이다. 한자어 조합에는 다소 맞지 않을지라도, 아이들이 정하고, 아이들이 투표한 급훈이기에 나는 이 급훈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지향하는 교육방침과 잘 맞았기에 사실은 은근슬쩍 이쪽으로 투표를 유도한 건 안 비밀.)
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해야
비로소 삶도 행복해지고,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 정서가 안정되어야 배움도 깊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공부 이전에 서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그 마음을 실천하는 교실을 만들어가겠다고 부모님들께 말씀드렸다.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이라도 더 듣게 하고 싶어서 우리 반은 수업의 시작과 끝을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로 연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을 때 한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보았다. 어머니가 연신 눈물을 닦으시는 걸 보고
나는 알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다는 걸.
초2 학부모,
중2 담임.
학교에서는 서른 명 남짓한 아이들을 품고, 집에서는 단 한 아이의 손을 놓지 않으며, 올해는 두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담임을 맡으니 몸은 더 고단하고 힘들지만, 행정업무에 치일 때보다 아이들과 복작복작 지내는 게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부디 일 년 내내 지금의 이 마음이 변치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