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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몸에도 암세포가 있다.

일반인도 알아야 하는 암세포의 비밀

by 강진경
암세포란? 정상인 조직세포가 어떤 원인으로 무제한 증식하여 그 생체의 생활 현상이나 주위의 조직 상태 등에 관계없이 급속한 발육을 계속하여 마침내는 생명을 끊게 하는 악성의 신생물이라고도 볼 수 있는 세포이다.
(출처: 두산백과)

제목이 다소 자극적일 수 있으나 이것은 내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암에 걸리기 전까지는 몰랐으니까. 암세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알았고, 수술을 해서 암세포를 들어내면 암이 완치되는 줄 알았으며, 암이 온몸에 퍼져 수술이 불가능한 사람만이 항암 치료를 받는 줄 알았다. 드라마에선 늘 그러하니까. 그런데 내가 암에 걸리고 보니, 말기 환자가 아니어도 암의 타입과 기수에 따라 항암 치료는 해야 하고, 수술을 해도 암은 언제나 다시 걸릴 수 있으며, 치료를 한다고 해서 모든 암세포가 우리 몸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암세포는 지금도 우리 몸에서 열심히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지구 상에 암환자가 넘쳐나야 할 텐데 왜 모든 사람이 암환자가 되는 건 아닐까? 바로 암세포를 죽이는 NK면역세포가 매 순간 열심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NK세포란 우리 몸에서 암세포를 잡는데 특화된 면역세포로 몸속에서 수상한 세포를 만나면 신호를 보내 정상세포인지 아닌지 확인한다. 그리고 이상한 징후가 포착되면 암세포에 구멍을 뚫어 세포를 없애는 중요한 존재이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들도 매일 암세포가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고, 그렇게 생긴 암세포가 몇십억 개는 모여야 비로소 종양으로 발견되고 암을 진단받게 된다. 모든 사람이 평생 수백만 개의 암세포를 몸에 지니고 살며 모든 암의 90~95%가량이 발생했다가 저절로 없어진다는 사실을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


결국 내가 암에 당첨된 이유는 NK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NK세포를 약하게 만드는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는 나이, 두 번째는 스트레스, 세 번째는 항암치료라고 한다. 이 중 우리가 가장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스트레스이다. 나이가 드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부분이고, 항암치료도 본인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표준 치료를 거부하지 않는 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만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있냐 없냐에 따라 NK세포의 활성도가 50% 달라진다고 하니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상 그 이상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병원에서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면역체계가 고장 나서 암세포가 증식된 것인데 외과에서는 수술을 하고, 방사선과에서는 방사선을 쐬고, 혈종내과에서는 항암을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환자를 대한다. 마치 그것이 암의 유일한 치료법인 것처럼 말한다. 식단을 바꾸고, 영양제를 보충하고, 암을 키우는 모든 습관을 송두리째 바꾸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얘기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병원의 표준 치료가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우를 범한다. 예전처럼 인스턴트식품을 먹고,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은 암 진단 이전의 나로 다시 돌아간다.


암이 전이와 재발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암 환자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로 인해 NK세포의 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럼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항암 치료를 했는데도 재발이 되는 경우는 운이 나쁜 경우도 있겠지만 여전히 체내 환경이 암을 증식시키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양을 제거 한다한들, 몸속의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암은 또 생겨날 것이고 계속 퍼질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암 수술 자체가 검사에서 감지 가능한 크기의 암 종양만 제거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건을 갖추면 암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것이다. NK 면역세포의 활성도는 그대로 두고, 병원 치료만 받는다고 해서 암이 모두 없어지길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암환자는 결코 예전처럼 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암이 발병했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내 몸이 암에 잘 걸리는 환경임을 확인했는데 그 환경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정말 안될 말이다. 물론 나의 체내 환경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고, 일상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초심을 잃고 많이 해이해졌으니까. 진단을 받은 지 고작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처음의 단호했던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한 입도 먹지 않을 것 같던 빵도 먹고, 붉은 고기도 먹고, 국수도 먹는다. 엄청나게 걸을 것처럼 말하면서도 하루 만 보 걷기가 버겁고, 시간을 따로 내어 운동하기도 쉽지 않다. 간헐적 공복이 좋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도 지켜지지 않는다. 진단받은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나도 이러한데, 수년의 세월이 흐르면 어떨까? 이 모든 것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 암 경험자로 사는 것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할지라도 실천하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을 해야 하고, 항상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인도 마찬가지이다. 암은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포 변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살 행위나 다름없이 나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이다. 운동을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NK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비밀은 바로 적절한 운동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은 암에 걸린 사람도, 건강한 사람도 꼭 해야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운동을 하는 것.


이는 비단 암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다.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실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암 환자라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고, 일반인이라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리고 기억하라. 지금 당신의 몸에도 암세포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면역체계를 지키는 것만이 암이라는 질병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photo by National Cancer Institut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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