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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책을 통해 해답을 찾은 이야기(1)

by 강진경

수술이 끝나고 방사선 치료가 시작될 즈음, 면역치료에 대한 선택으로 고민이 극에 달했던 시절 처음 내게 유방암 진단을 내렸던 동네 유방외과 의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엘라님, 그렇게 공부해서 전교 1등 하실 거예요? 암은 그렇게 해서 낫는 병이 아니에요."


아무도 암 치료의 해답을 알려 주지 않아 영양제를 한 보따리 싸들고 다니며 의사에게 갔을 때 의사가 내게 던진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그래, 남들은 의사가 하라는 대로 편하게 사는데 나만 왜 또 이러고 있지? 이런 성격이 결국 스트레스를 받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의사의 말이 맞나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반년이 지나 보니 이제 알겠다. 그 의사의 말은 틀렸다. 암은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공부를 하고, 실천을 해야 낫는 병이다. 의사가 고쳐준다고 끝나는 병이 아니다. 내가 바뀌어야 낫는 병이다.


그동안 나는 책을 읽으며 많은 해답을 찾았다. 특히 진단 이후 계속 나를 괴롭혔던 많은 질문들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해소되었다.


첫 번째, 수술 및 방사선, 항암, 항호르몬 치료 등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암은 왜 쉽게 전이되고 재발하는 걸까?


두 번째, 나의 경우 맘모톰 수술 후 갑자기 다른 종양이 생겨난 이유가 무엇이고, 그 종양이 순식간에 커진 원인은 무엇인가? (관련 글: https://brunch.co.kr/@accfc9b4a7a0459/17)


세 번째, 암의 치료법에 있어 주류 의학과 기능 의학이 대립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암이라는 공통된 병을 두고, 주류 의학과 기능 의학의 입장이 다른가?


네 번째, 주류 의학에서는 왜 제약회사의 처방약만 처방하고 영양보충제를 이용하지 않는가?


다섯 번째, 과배란 및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등의 난임 시술이 호르몬 양성 유방암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지난 글 '지금 당신의 몸에도 암세포가 있다.'에서 적은 바 있다. (관련 글: https://brunch.co.kr/@accfc9b4a7a0459/35) 바로 우리 몸의 암세포는 계속 생성과 사멸을 반복하고 있고, 면역체계가 무너져 NK세포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암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시행하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가 오히려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병원에서 암을 치료했다고 해서 전이와 재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스스로가 체내 환경을 바꾸어 암이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NK세포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스트레스이고, 반대로 활성화시키는 게 운동이므로 스트레스를 피하고, 운동을 하여 NK세포가 그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질문, 과연 맘모톰 수술이 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까 하는 의문은 나만의 가설일 뿐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그 해답을 찾았다. 알고 보니 이미 책 속에 답이 있었다.

수술하는 것도 염증을 일으키나요? 그렇다면 수술 전후에 항염증제를 사용하는 것이 유용하지 않을까요? <암을 굶기는 치료법, 103쪽>
수술하게 되면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이에 뒤따라 흉터를 만들기 위해 섬유 소원이 생성된다. 결국 이들에 의해 암을 퇴치하는 중요한 면역세포인 T-세포나 NK세포(자연 살해 세포)가 억제된다. <암을 굶기는 치료법, 128쪽>
만약 당신이 수술 후 회복기에 있다면, 일주일 동안 T억제세포의 급격한 증가를 경험하게 된다. T억제세포는 암세포에 대항하는 우군인 TIL이라는 백혈구를 억제해버리는데 이런 우군의 억제가 수술 후에 염증반응이 증가된 상태에서 암이 잘 자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암을 굶기는 치료법, 130쪽>

결국 이 책의 저자는 수술이 염증을 일으킬 것이고 그것이 면역 세포를 억제하여 암을 유발할 수 있음을 미리 알고, 집도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기로 결정한다. (아스피린은 항염증제이다.)

나의 경우 맘모톰 수술을 하자마자 수술 이전에는 초음파에서 발견도 되지 않은 혹이 손에 만져질 정도로 크게 생겼다. 맘모톰을 수술한 의사는 그것을 혈종일 것이라 추정했고, 다른 병원의 의사는 수술과는 연관이 없는 양성 종양이라고 했다. 두 의사 모두 조직검사 없이 추적 관찰할 것만을 권유했으나 알고 보니 그 혹은 악성 종양, 즉 암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던 혹이 갑자기 손으로 만져질 정도로 크게 자랐는데 아무도 암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빨리 커지는 것 자체가 정상 세포가 아니었건만. 어째서 의사는 일반인인 나보다도 의심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계속해서 수술과의 연관성을 주장했으나 의사는 그럴 리 없다고 무시했다. 수술이 염증을 일으키고, 염증은 결국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식을 의사가 몰랐을 리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희박한 가능성을 나에게 열어두지 않은 것뿐.


책에서 해답을 얻고 난 며칠 뒤 기능의학병원 의사를 만나게 되었고, 나는 확인하는 심정으로 이 이야기를 꺼냈다. 맘모톰 수술이 암세포 증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물었고, 결과는 'yes'였다. 물론 그것만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니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의사들은 아무리 내가 이상하다고 해도 병의 원인에는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책을 통해 공부를 하고 나니, 비로소 아는 만큼 보인다. 혹자는 이미 지난 일을 그렇게 따져서 뭐하냐고 묻는다. 암의 원인은 알 수 없으니 그것에 신경 쓰지 말라고. 그러나 나는 암의 원인을 알아야 치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시험공부를 할 때 오답 노트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왜 그 문제를 틀렸는지 알고, 다시는 틀리지 않기 위함이다. 내가 암을 공부하는 이유는 내가 왜 암에 걸렸는지를 알고, 다시는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함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어떠한 간단한 수술이라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조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최대한 몸에 칼을 대지 말고 살라는 옛 어른들의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듯하다. 물론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암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상황은 앞으로도 뭐든 피하는 게 상책이란 생각이 든다. 당장 내일 담낭 결석으로 대학병원 진료를 보게 된다.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꼭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나머지 질문에 대한 글은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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